'제천 화재 참사' 한 달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참사 이튿날 현장에 분향소가 설치됐다. / 중부매일 DB

[중부매일 이민우 기자]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21일로 한 달이 지났다.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12월21일 직후부터 충북경찰은 '수사본부'를 설치해 발화 원인부터 실소유주 의혹까지 명확한 진상규명을 위해 광범위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본부는 참사와 관련해 현재까지 건물주 이모씨(53) 등 3명을 구속하고, 모두 4차례 압수수색을 벌였다.

또한 건물 관계인의 과실 여부와 건물 구조적 문제에 집중됐던 경찰수사는 소방당국의 초동대처 미흡 또는 부실로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휘관들이 상황 수습과 전달에 소홀했다'는 소방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결과와 2층 진입 실패에 대한 유족 반발 등으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건물 허위유치권자 구속

이번 사건과 관련, 스포츠센터 건물에 '허위 유치권'을 행사한 50대가 결국 구속됐다.

청주지법 제천지원 하성우 판사는 지난 19일 정모(59)씨의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충북경찰청 수사본부는 전날 정씨에 대해 경매입찰 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씨는 지난 2015년 9월 건물이 경매로 나오자 건물주 이모(53·구속)씨와 짜고 공사대금 등을 부풀려 5억원의 유치권 신고서를 법원에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지난해 5월 8일과 15일 두차례 신고서를 제출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된 이씨는 경매입찰 방해 혐의가 추가됐다. '유치권'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시공업체나 건축업자가 미수금을 받을 때까지 담보용으로 건물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다. 전 건물주 박모(58)씨는 경영난을 겪다 2015년 건물을 경매로 넘겼고, 지난해 4월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이 건물은 2016년 11월과 지난해 1월과 5월 경매가 진행돼 낙찰됐다가 대금 미납과 불허가 등 사유로 다시 매물로 나왔다.

애초 건물 감정평가액은 52억5천858만 원이었지만, 수차례 유찰되면서 최저 경매가는 21억5천391만 원(41%)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7월 10일 이씨에게 27억1천100만 원에 낙찰됐다.

경찰은 이씨가 건물을 낙찰받고 정씨가 유치권을 신고한지 2달여 만에 유치권 신고 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하자 허위유치권 의혹을 수사했다.

정씨와 이씨는 고향 선후배로 건물을 낙찰받기 위해 사전에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치권을 풀어주는 대가로 정씨는 낙찰자인 이씨에게 4억6천만원을 계좌로 송금받았다. 경매입찰방해죄는 '위계나 위력 기타 방법으로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성을 해한 자는 2년 이상의 징역이나 7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현삼 충북도의원 /뉴시스

강현삼 도의원, 압수수색

경찰 조사결과 이씨가 경매로 건물을 낙찰받는데 자유한국당 소속 강현삼(59) 충북도의원이 관여한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은 구속된 정씨로부터 강 의원이 건물을 낙찰 받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강 의원의 자택과 도의회 건설소방위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정씨가 받은 돈 가운데 일부는 강 의원이 제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물을 분석한 뒤 조만간 강 의원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초기대응 미흡 등 수사력 집중

이번 화재 참사와 관련해 소방당국의 지휘책임과 대응 부실 여부 등 업무상 과실을 밝혀내기 위한 경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화재 발생 당시 119소방상황실에서 근무한 직원 8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화재 당시 현장에 출동한 단양소방서 소속 119구조대원 4명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도소방본부와 119상황실, 제천소방서를 압수수색한 경찰은 자료를 분석한 뒤 조만간 제천소방서장 등 지휘관들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현장 대응 소방관의 과실 책임을 물어 처벌한 전례는 찾기 힘들다"며 "진행 중인 수사는 현장 활동이 아닌 지휘책임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대응 지휘관에게 법적 책임을 문 전례가 드물긴 하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구조 활동 지휘 등이 미흡헀던 목포해경 123정장에게 유죄가 인정돼 실형(징역 3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이번 참사와 관련해 소방관 처벌에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 등이 잇따르는 등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아 향후 수사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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