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한국 경제가 장기침체의 늪에 빠졌다는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빚을 갚을 능력이 되지 않아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 수가 8년 만에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겼다. 이에 앞서 지난해 장기실업자수가 2002년 이후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왔다. 청년실업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뉴스도 아니다.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가 1인당 실질국민소득(GNI) 3만 달러대에 진입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제 선진국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체감현실은 다르다. 통계지표는 장기백수가 급증하고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성장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고통지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빚에 짓눌린 서민들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17년 신용회복지원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은 총 10만3천277명으로 전년(9만6천319명) 대비 7.2% 증가했다. 연간 채무조정 신청자 수가 10만 명을 넘긴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0만1천714건) 이후 처음이다. 이 중 개인워크아웃 신청자 수는 6.0% 늘어난 7만9천231명, 프리워크아웃 신청자는 12.8% 늘어난 1만9천279명이었다. 개인워크아웃과 프리워크아웃은 법원의 개인회생, 개인파산과 같은 채무조정 제도로 이자를 감면해 주거나 상환기간을 연장하고 이자율을 인하하는 제도다.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작년 말 현재 1400조를 돌파한 것을 보면 이자라도 감면받기위해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개인 워크아웃 10만 명을 돌파한 것은 한편으론 정부의 채무탕감정책도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인다. '포용적 금융'이란 차원에서 추진되는 부채탕감은 모럴해저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문제는 워크아웃 신청자가 앞으로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최저임금이 역대 최대로 오르고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그 후유증이 우리사회를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저임금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점포는 금융거래에도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당연히 벼랑 끝에 몰린 영세자영업자들이 채무부담에 시달리다 보면 파산을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자금사정이 취약한 중소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양질의 일자리는 커 녕 아르바이트 자리도 줄고 있는 상황에서 부채를 떠안고 있는 청년 장기실업자들도 사회에서 기반도 닦기 전에 자칫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판이다. 작년에 청년·대학생 햇살론 보증지원건수가 총 2만1천189건에 달한 것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개인워크아웃의 급증추세는 앞으로가 문제다. 내년 최저임금 15.3% 인상으로 8682원이 되면 자영업자들은 더 심한 한파를 겪게 될 것이다. 또 공무원 숫자를 대폭 늘린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 따라 다니던 직장마저 포기하고 빚까지 얻어가며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거나 일확천금을 노리고 가상화폐 투자에 매달리는 청년들도 걱정스럽다. 이들에게 '인간다운 삶'이나 '선진국 진입'은 공허한 메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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