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왼쪽)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른쪽)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가 지난해 11월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회동을 갖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6.11.09. / 뉴시스

한때 이들은 '새정치의 아이콘'이었다. 시민운동가에서 서울시장이 된 박원순. 벤처기업인에서 대권후보 그리고 국민의 당 대표가 된 안철수. 7년전 이들의 등장에 구태정치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은 열광했다. 두사람의 정치입문과정은 같으면서도 상이했다. 정치적인 지향점이 비슷하고 기존 정치인들과 전혀 다른 토양에서 시작했다. 무엇보다 서로는 정치인으로 성장하는데 디딤돌 역할을 했다.

박원순이 서울시장이 된 것은 안철수의 '아름다운 양보'가 있기에 가능했고 안철수는 그 통 큰 양보 때문에 유력 정치인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이젠 엇갈린 길을 걷고 있을 뿐 아니라

서로 비난하는 사이가 됐다. 이들의 새정치는 빛이 바랬다.

두사람을 이어준 끈은 '아름다운가게'였다.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를 모토로 시작된 아름다운 가게는 박원순이 지난 2002년에 만든 사회적기업이다. 그들의 인연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 '안철수 연구소' 대표이사 시절인 2003년 12월, 안철수는 앞치마를 두르고 아름다운 가게 일일점장으로 참여한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재단 상임이사였던 박원순과 의기투합해 10여년간 재단이사로 함께 일했다. 안철수는 또 박원순이 주도한 '희망제작소'에도 참여했다.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카이스트 석좌교수로 옮긴 안철수는 희망제작소가 진행하는 SDS(소셜디자이너스쿨)에도 매주 이틀씩 나와 '창업가 정신,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특강했다. 카이스트가 소재한 대전에서 출퇴근하던 안철수는 몸살을 겪을만큼 강의에 열성적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둘은 돈독했다.

보궐선거가 열린 2011년 '안철수 현상'이 활화산처럼 분출됐을 때 안철수에게 서울시장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반면 박원순은 지지율 5%p 안팎의 군소후보였다. 두사람의 단일화 논의가 한참 진행 중일 때 박원순은 산사나이처럼 수염을 덥수록하게 기르며 백두대간 종주중이었다. 이 때문에 서로 만나 의견을 조율한 시간적여유도 없었지만 안철수가 과감히 양보하고 박원순 손을 들어준 것은 오랜 인연과 신뢰가 뒷받침됐기 때문일 것이다.

박원순은 시장에 당선된 이듬해 청내 간부·시민들이 참가한 독서모임에서 "이분의 생각을 안읽어 볼 수 없다"며 안철수가 쓴 '안철수의 생각'을 필독서로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정치인 이전과 이후에 너무 달라졌다. '권력에의 의지'가 생긴것이다. 무엇보다 이젠 서로의 정치적인 지형도, 입장도 변했다. 올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은 "게임은 이미 끝났다"고 자신감을 보일만큼 지지율에서 안철수를 월등히 앞서고 있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원순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요즘 안 대표님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며 "정치가 이렇게 사람을 바꾸어 놓는가 절망감이 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미세먼지 대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 안철수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토로했다. 정치인 6년은 기존 정치에 물들기 충분한 시간이다. 아무리 그래도 '아름다운 양보'로 상징되는 박원순과 안철수의 소중한 인연을 생각하면 정치는 세상뿐 아니라 사람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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