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잃어가는 빛 속에서 나는 더욱 빛날거에요"

희귀병인 '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있는 이근혜씨는 장애를 이겨내고 올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도전하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내일 아침 해를 바라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 해보신적 있어요?."

청주시 청원구의 한 볼링장에서 연습 삼매경에 빠져있는 이근혜(46)씨는 시각장애 볼러다. 그녀는 희귀병으로 알려진 '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있다. 이 병은 녹내장, 당뇨병성망막증과 함께 3대 실명원인으로 꼽히는 병으로 망막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세포가 망가지면서 눈의 기능이 점차 떨어진다. 시력이 점차 떨어져 결국엔 시력을 잃기 때문에 그녀에겐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이 씨의 오른쪽눈은 현재 시력을 거의 잃었고 유일하게 왼쪽눈만이 그나마 사물의 형체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이근혜씨는 "최근에는 합병증까지 와서 귀도 잘 안들린다"고 말하며 "그렇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처음 이 병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수십 년 전인 학창시절이다. 처음에는 그저 시력이 조금 좋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력의 하락세가 뚜렸했고 병원 검사 결과 '망막색소변성증'으로 밝혀지며 어린나이에 생각지도 못한 장애를 갖게 됐다.

"어릴때부터 운동을 참 좋아했어요. 학교 탁구 대표선수로도 활약했을 정도니까요. 친구들과 운동하다 너무 시간이 늦어버려서 부모님께 혼난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 제 병에 대해 알게 됐죠. 너무 어린 나이라 처음에는 무슨소린지 모르겠더라구요. 하나 확실했던건 지금 의료수준으로는 고칠 수 없는 '희귀병'이라는 것만 알았어요. 그래도 그때까진 나름 잘 보였으니까 심각하게 생각 안했죠."

시간이 지날 수록 그녀의 눈은 제 기능을 잃어갔다. 오랜 기간 꾸준히 나빠진 시력은 지금은 형체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2001년 장애인으로 확정됐고 지금은 장애인 등급상 시력장에 3급 판정을 받았다.

"장애를 부끄럽다고 생각한적은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보통 장애를 갖게 되면 사람 성격이 어두워진다고 하는데 원체 밝은 성격이다보니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만 하게 되더라구요.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잖아요?.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시선을 아예 신경쓰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지금 쓰고있는 안경도 눈이 잘 보이지 않아 눈동자가 가운데로 몰리는 현상이 있는데 이를 방지하고자 쓰고 있는 안경이거든요. 여기에 최근에는 시각장애에 따른 합병증까지와서 귀도 잘 들리지 않고 있지만 우울하진 않아요."

이 처럼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운동신경이 좋았던 탓인지 장애인 볼러로 데뷔한지 근 1년만에 전국체육대회에서 2관왕을 차지하는 돌풍을 불어왔다. 그녀는 지난해 충북에서 펼쳐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충북대표로 출전해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이며 2관왕을 차지하는 등 충북의 종합우승 견인차 역할을 했다.

"장애인 볼링경기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특히 시각에 의존하지 않다 보니 '자세'가 굉장히 중요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올바른 자세로 경기에 임하다 보니 좋은 성적이 나왔습니다."

이런 그녀가 이번에는 태극마크 달기에 도전한다. 올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팔렘방에서 열린는 '2018장애인 아시안 게임'에 국가대표 선발을 노리고 있다. 앞서 1차 선발전에서 좋은 기록을 내며 2차선발전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장애인 아시안게임'이 국가대표 선발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달기위해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도전해서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습니다.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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