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정수 청주시립국악단 지휘자

지방대 비하발언과 여성단원 성희롱 의혹 등으로 지역사회 물의를 일으킨 조정수 청주시립국악단 지휘자 연임여부가 청주시 감사관실 감사결과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이번 사태는 조 씨의 막말로 비롯됐다. 단원들은 조씨가 "S, H대 안나왔으면 아무말 말라 그래요. 아무나 원서내면 다 들어가는 학교 나온 주제에…."라는 수준이하의 발언은 물론 여성단원들에게 강제로 알통을 만져보게 해 여성 단원들이 심한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는 내용을 공론화하면서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조 씨는 단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만약 조 씨의 막말이 사실이라면 단원들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지 짐작할 수 있다. 해당 단원은 정신적 쇼크와 극도의 스트레스로 병원치료까지 받았다고 한다. 지휘자의 카리스마는 음악적인 성취도로 보여줘야 한다. 그럴 려면 탁월한 설득력과 리더십이 선행돼야 한다. 음악과 관련 없는 막말과 횡포를 부렸다면 지휘자로서 자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지역문화계는 물론 여성계의 이슈로 떠올랐다. 충북여성연대는 "해마다 불거지는 성희롱과 공직사회에서 발생하는 비위사실에 대해 미온적이거나 부족한 대응으로 이어져 청주시민으로부터 근원적 신뢰를 받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며 "특히 청주시 예술단내 여성단원에 대한 성희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희경 충북음악협회장은 "단원들과 전혀 소통이 되지 않고 문제가 발생하는 이런 지휘자와는 단합할 수 없어 소통할 수 있는 지휘자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조 씨는 근무평점을 무기로 갑 질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독일 공연 중 팀장급 단원에서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끝까지 괴롭혀 주겠다"고 협박한데 이어 당사자가 자리를 비운사이 "지휘자 점수를 0점 처리 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지휘자에게 단원들이 따르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조 씨를 옹호하는 쪽도 있다. 현 예술감독들은 조씨가 실력과 경력 면에서 뛰어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풍부한 공연경험과 음악적 지식을 갖춘 정상급 지휘자를 영입해 악단의 수준이 올라가는 사례는 많다. 지휘자 입장에서도 개성과 자존심이 강한 연주자들을 통솔해 최상의 화음을 빚어내는 과정에서 갈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지휘자의 처신은 매우 중요하다. 단원들을 인격적으로 무시하거나 소통하려 하지 않는 다면 불신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감사관실의 철저한 조사로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국악단 내 소통이 사라진 자리에 불신이 만연한다면 얘긴 다르다. 지휘자는 몸짓과 표정, 동작으로 전달하는 섬세한 표현으로 단원들을 리드해 청중의 감흥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럴 려면 지휘자와 단원은 눈빛만으로도 최상의 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립과 반목으로 리더십이 실종됐다면 지휘자가 연임된다 해도 국악단의 앞날은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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