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신용한 서원대 석좌교수·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얼마전 동기들과의 모임에서 한 친구가 "청주 출신 ooo 씨를 아느냐? 이번에 비트코인으로 수억원을 벌었다. 평소엔 밥도 못사더니 이젠 비싼 밥도 사고 차도 외제차로 바꾸더라. 지금도 수많은 서민, 청년들이 돈을 들고 줄줄이 줄을 서 들어와 깜짝 놀랐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불법적 유사수신행위로 변질된 돈벌이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요즘 어디를 가나 비트코인, 가상화폐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게 된다. 식당이나 커피숍에서도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가 얼마를 어떻게 벌었다더라"라는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심지어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조차도 "누가 얼마를 투자하면 얼마를 주겠다고 하는데 이게 뭐냐"를 물어 오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가상화폐 과열 열풍에 대한 섣부른 대책이나 발언들로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과연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우선 비트코인의 근본적인 탄생 배경과 스토리를 알면 지금의 상황이 조금 더 이해가 될 것이다. 비트코인의 창시자인 나카모토 사토시는 기존 중앙은행을 통한 금융거래는 개인간의 거래를 원활하게 하고 금융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지만, 반대로 중개 기능을 독점해 높은 개래비용으로 수수료 수익을 얻는 반면, 개개인의 거래 내역을 해킹해 거래장부를 조작할 위험도 상시적으로 존재한다는 문제점을 해결해 보고자 가상화폐를 고안하였다.

사토시는 블록체인을 기반 기술로 하여 중앙은행의 중개를 거치지 않고 개인간 송금이 가능한 거래 시스템으로 비트코인을 개발했다. 이 방식은 네트워크 참가자 모두에게 데이터를 분산·기록함으로써 중앙집중형 서버에 데이터를 보관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위조와 해킹 가능성을 낮추어 중개인이나 제3자가 보증하지 않아도 당사자 간에 직접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트코인의 핵심은 기존 금융 거래의 문제점을 탈피하여 블록체인이란 '탈중앙화'된 시스템을 이용한 것인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근본 출발점은 온데간데없고 비트코인 가격 등락과 가상화폐 시장의 광풍에만 모두가 매몰되어 있다.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다른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여기서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대체로 현정부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시장경제 형태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과감한 간섭과 규제를 통하여 시장경제 질서를 재정리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런데 왜 이번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이 이상 과열되는 시장을 뻔히 보면서도 뒷북을 치고 300만 이상으로 추산되는 서민과 청년들의 고혈이 터질 정도가 되어서야 허둥지둥 대는 것일까?

한적한 시골 논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농업용 전기를 사용하여 그안에 채굴기를 대량 설치하고는 유사수신행위를 통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투자금을 들고 줄을 서도록 유도하는 일을 보면서도 왜 대응이 늦었을까? 심지어 책임있는 정부 당국자조차 가상화폐 시장의 규제와 블록체인 등 핵심 기술의 규제를 혼동하여 짬뽕밥으로 규제를 운운하다가 시장의 교란만 낳는 우를 범했을까? 이제야 한국은행 총재가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라고 하는 와중에도 금감원 직원이 가상화폐에 투자를 했다가 정부발표 직전에 매각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총체적 난맥상이다.

신용한 서원대 석좌교수·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핵심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급변하는 사회적 환경과 사람들의 인식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겉으로만 4차산업혁명 시대를 외쳤지만 '탈중앙화'와 '개인화' 되는 사람들의 인식변화 및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예측도 못한 채 과거 산업시대의 규제 방식으로 대응하려다 스스로 화를 키웠다. 이러한 산업시대에 매몰된 기득권과 같은 자세로 무슨 미래를 개척하고 설계한단 말인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인 블록체인 기술을 제대로 선도하지도 못하고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서민, 청년들 고혈의 울부짖음과 함께 비트코인이 '비트꼬임'이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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