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진 / 중부매일 DB

비극적인 참사를 빚은 제천 소포츠센터 화재이후 소방당국은 초상집 분위기다. 경찰은 스포츠센터 불량 소방시설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소방조사 보고서를 허위 작성한 혐의로 소방관 2명을 형사 입건했다. 또 초기 대응 부실 논란과 관련, 화재 구조에 나섰던 소방대원 3명을 불러 당시 상황을 조사하고 있으며 이 번 주중 소방 지휘부를 소환 조사할 방침을 밝혔다. 소방관들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초기 대응 부실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목숨 바쳐 화재를 진압한 소방관을 처벌하면 누가 국민안전을 위해 일할 수 있겠느냐"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소방관들을 옹호하는 시각이 많은 것은 이번 참사의 책임을 소방관들에게 돌리기에는 우리사회에 만연된 안전 불감증과 소방관련법을 제 때 처리하지 못한 정치인들의 무관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방관들이 스포츠센터의 불량소방시설을 눈감아주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또 소방 지휘부의 늦장 대응도 따져봐야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실린 "잘한 것은 칭찬하고 잘못한 것은 채찍을 가해야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도 발전 한다"는 청원자의 지적이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2층 사우나에서 일하다 불이 나자 피신한 세신사와 1층 카운터 여직원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추가 입건된 것을 공감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다. 건물 관리를 소홀히 한 건물주와 관리인을 구속한 것은 당연하다 해도 갑작스런 화재에 목숨을 건지기 위해 대피한 이들 2명까지 불구속 입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여직원은 "건물 1층 주차장 차량에 불이 났다"고 119에 신고한 뒤 2층으로 올라가 세신사에게 불이 났다고 알리고 건물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세신사도 당시 2층에 있던 이용객들에게 "대피하라"고 알린 뒤 건물 밖으로 나왔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여부는 확인해봐야겠지만 갑작스럽게 불길이 번진 상황에서 방화복을 착용하고 장비를 갖춘 소방관들도 구하지 못한 희생자를 이들이 구한다는 것은 무리다.

경찰은 사우나이용자들이 사실상 세신사 고객이었다는 점에서 건물주처럼 구조의무를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런 논리라면 대형건물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건물내 커피숍, 마트, 구두수선공등 상가주인들이 처벌받지 않으려면 대피하지 말고 목숨을 걸고 구조에 나서야 한다. 세신사와 여직원에게 도덕적 책임을 지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화재발생의 원인제공을 한 것도 아니고 건물 안전관리 책임도 없는 이들을 처벌하는 논리는 아무래도 궁색하다.

이번 참사는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와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정치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런데도 소방당국을 전방위로 수사하자 '제천 화재 관련 소방공무원 사법처리 반대'라는 제목의 청원에 3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면 여론의 숨은 뜻을 헤아려야 한다. 경찰이 그것도 모자라 이번엔 세신사와 카운터여직원까지 입건했다면 국민들이 과연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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