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청주 주성고등학교 수석교사 이정규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고삐 풀린 망나니 같이 제 멋대로 뛰어다니며 나부대는 학생과 전쟁의 패배자처럼 한없이 쳐져서 종일 누워 자는 학생, 그도 저도 아니고 멍하게 종일 망부석처럼 자리만 지키는 학생. 몇몇은 시장 통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처럼 소리소리 지르며 교실을 누비는 학생 등이 어우러져 기말고사가 끝난 학교 교실 풍경은 천태만상이다.

여기에 긴 겨울방학을 보내고 개학을 하는 2월은 학교 등교일이 길게는 1주일에서 10일, 짧게는 1~2일 정도인데, 그나마도 졸업식과 종업식으로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교사들은 성적처리와 생활기록부 마무리에 정신이 없고, 남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이 모두 심란한 인사이동 철이라 더 어수선하고 일은 손에 잘 잡히지도 않아 정신을 못 차리게 된다. 오죽하면 교사들 끼리 속된 말로 2월을 '썩은 달'이라고 자조하며 부르겠는가.

2월은 물리적으로도 짧기도 하여 뭔가 부족한 듯싶은데, 학생들은 학기가 이미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책에서 손을 놓아 버린 상태(책을 다 버린 학생도 많음)에서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아무리 졸업식이나 종업식에서 학기가 끝나는 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강조를 하고 새롭게 새 출발하라고 해도 학생들이 졸업이 새로운 시작임을 알기에는 너무 어리지 않은가. 이런 실정이니 2월의 학교는 제멋대로이고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올해부터는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 및 교육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2월을 교직원들이 새 학년 교육과정 운영 계획을 함께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학교 교육현장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정말로 반가운 소식이다. 물론 이 계획을 위하여 내년부터는 1월에 종업식과 졸업식을 다 마무리하는 학사일정도 진행하도록 하였으며, 올해도 이렇게 학사일정을 운영하는 학교도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하였다.

지금까지는 2월이 마무리도 아닌 끝도 아닌 어정쩡한 달이였다면 이제는 새로운 학기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3월에 빠짐없이 찾아오는 꽃샘추위 속에 낯 설은 학생과 동료의 만남으로 몸과 마음이 다 긴장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라 힘들어 학년 초 연례행사처럼 몸살을 앓는 일은 더 이상 없어지게 될 것이다.

개구리가 멈추는 것은 멀리 뛰기 위한 것처럼 이제 새로워진 학교의 2월은 새해(학교에 새해는 3월 1일이라고 보고 싶음) 새 학년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든든한 디딤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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