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전 유성복합터미널(광역복합환승센터) 민간사업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2순위로 탈락한 케이피아이앤에이치(KP I&H)는 지난해 12월 29일 대전도시공사에 심사정보공개를 청구했다고 그 해 12월 30일 밝혔다. 사진은 이 회사가 공모사업에 제출했던 조감도. 2017.12.30.

대전지역 현안사업으로 5년째 답보상태인 대전 유성복합터미널건설사업 추진이 올해도 불투명해졌다. 대전도시공사가 수년간 논란 끝에 사업자를 선정했지만 사업자 공모에 탈락한 업체가 평가의 불공정성을 제기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업체를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대전도시공사는 규정상 문제가 없어 고발장이 접수돼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들의 행정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서는 업체선정과 공사착공을 기약하기도 힘들다. 당연히 터미널건설사업조차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의 무능한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또 이 과정에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유성복합터미널 조기착공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던 선출직들도 아무런 역할도 못했다. 유성복합터미널 개발사업이 표류하면서 결국 시민들만 불편을 겪게 된 것이다.

유성복합터미널사업은 대전도시공사가 2013년 10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롯데컨소시엄(롯데건설, 현대증권, 계룡건설산업)을 선정했으나 공모지침이 정한 기한을 넘겨 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소송전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후순위협상 대상자인 지산D&C 컨소시엄(지산D&C, 매일방송, 생보부동산신탁)은 기한을 넘겨 협약을 체결한 점에 대해 도시공사를 상대로 사업이행협약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까지 가는 긴 소송 끝에 도시공사와 롯데컨소시엄은 승리했지만 2년여 간 진행된 소송이 다시 발목을 잡았다. 공사공백 기간에 땅값이 오르면서 사업성이 악화한 것이다. 롯데 측은 시에 사업성 손실을 해소할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시는 지난해 6월 롯데가 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없다고 보고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번 시행착오를 심하게 겪었으면 달라져야 하는데 대전도시공사는 이번에도 변한 것이 없다. 대전도시공사가 하주실업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하자 공모에서 탈락한 핼릭스 대표는 사업 참가 자격이 없는 업체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라며 하주실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처럼 유성복합터미널 건설사업이 수년간 계속된 법적 공방으로 답보 상태인 것을 아는 시민들은 이번 고발장 제출로 또다시 사업이 연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는 규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유성복합터미널건설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것은 관련 자치단체의 무능과 정치인·지방의원들의 무관심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들은 선거 때마다 유성복합터미널을 앞세워 득을 봤지만 책임감을 갖고 나서는 인물이 없다. 오죽하면 모 대전시의원이 최근 임시회에서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자 선정은 유성구민과 대전시민을 대상으로 한 '사기극'"이라는 주장까지 했다. 관심 있는 시민들이라면 유성복합터미널사업이 지난 5년간 소송과 고발사태로 끊임없이 갈등을 빚으며 원점에서 맴돌고 있는 근본 원인이 무엇 때문인지 알 것이다. 한번 원칙과 규정이 흐트러지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면 여론의 질타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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