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40회 「법의 날」이다. 1964년부터 5월1일로 지정된 「법의 날」을 올해부터 근대적 사법제도의 도입계기가 된 갑오개혁 당시 제정된 「재판소구성법」 시행일인 4월25일로 바꾼 것이다(대통령령 제17898호). 법의 날은 국민의 준법정신을 앙양하고, 법의 존엄성을 진작하기 위하여 제정된 기념일로 법무부가 주관하고 있다.
 법은 사회생활관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국가권력에 의하여 강행되는 사회규범으로 최소한의 국가 공약수이다. 이점에서 법을 준수하는 것은 공동체생활에 있어서 당연한 것이어야 하며, 법의 준수는 개인생활의 속박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말하면 자기보호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는 일반적으로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든가, 아니면 국민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려고 할 때에는 반드시 법(특히,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하거나 아니면 그에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하며, 또 법률은 국민만이 아니라 국가권력의 담당자도 준수하여야 한다는 주의를 말한다. 동적인 민주주의과정에 의해 법규범이 정립되고, 정립된 법규범은 동적인 국가작용을 통제하여 법적안정성·예견가능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상호 보완기능을 한다.
 초기의 법치주의이론은 의회에서 제정된 법률이라는 형식에 기속을 강조하였는데, 이 경우는 대개 「법률의 지배」와 「행정의 합법률성」만이 문제가 된다. 즉, 법률에 의한 행정을 강조하여 법률에 의한 행정이면 그 내용의 정당성은 불문하는 우를 범하였던 것이다(형식적 법치주의). 다시 말하면 형식적 법치주의는 법치주의의 두요소인 합법성과 정당성 중에서 국가권력행사의 형식적 합법성만을 강조하고 실질적인 내용의 정당성을 고려치 않아 독일 등 파쇼체제하에서 「권력의 합법화」 수단으로 이용된 바 있다. 그리하여 현대의 법치주의는 법치주의를 형식적 합법성뿐만 아니라 실질적 정당성을 중시하는 실질적 법치주의를 지향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의 국내외정세를 살펴볼 때, 「법의 날」의 제정취지, 나아가 법치주의를 무색케 하는 행태들이 만연하고 있다. 이라크전쟁은 명분여하를 떠나서 국제사회에서의 최소한의 룰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만들었고, 국내적으로도 통치행위이론을 들먹이며 법의 기속을 벗어나려는 아우성이나, 끊이지 않는 권력형 부정부패, 국회에서의 날치기, "법을 지키면 손해 내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법에 대한 조소?만연, 법적 절차를 무시한 여론몰이식 심판 등은 우리사회에서의 법의 역할, 법치주의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특히 법무시풍조는 심각한 수준이다. 끊임없는 권력층의 부정부패가 국민의 입장에서는 「준법」을 공허하고 냉소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원인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법을 지킬 줄 아는 성숙한 시민의식 있는 곳에 부정부패가 발붙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국민들도 생활 속에서 법을 실천하고 준수하는 인식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해 볼일이다. 과거 히틀러가 의회주의의 틀을 이용하여 집권한 후 수권법등을 만들어 법치를 가장한 인치, 전제정치를 행했을 때, 독일국민의 침묵을 「공범」으로 규정한 어느 철학자의 말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결국 진정한 법치주의의 구현, 법치국가의 달성은 민주의식과 준법의식으로 무장한 국민에게 달려 있다는 생각이다.

충북대 법대교수 -김수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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