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이태동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피플 스타일(people styles)'의 저자 로버트 볼튼·도로시그로버 볼튼은 인간의 유형을 크게 4가지로 나눈 적이 있다.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도 인정한 바 있는 분석형 인간, 추진형 인간, 친절형 인간, 표현형 인간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경계가 다소 모호한 부분도 있지만 과연 '나'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에 대한 관심은 한 번 가져 볼만 하다.

첫째, 분석형 인간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혼자 일을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는 유형(Type)이다. 목표 지향적이거나 성과 중심적 태도를 갖는다.

둘째, 추진형 인간이다. 일단 시작하고 보며 이론이나 생각보다는 현실적 상황과 결과에 더 집중한다. 추진과정에서 방향이 다르면 바꿀 수 있다.

셋째, 친절형 인간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하고 기존의 안정적인 분위기 위에서 성과를 더 잘 발휘한다.

넷째, 표현형 인간이다. 평소 에너지가 넘치며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과 일하면서 인간관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몇 해 전 6학년 학생들과 서울 현장체험학습으로 한강 유람선을 탈 기회가 있었다. 유람선 내에서는 매직 쇼 관람과 빵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여의도 선착장에서 반포대교까지 돌아오는 야간코스였는데 제법 사람들이 붐벼 술렁거리는 분위기였다.

유람선에 승선해 먼저 마술 쇼를 즐기기 전 학생들이 좋아하는 빵 만들기에 돌입했다. 우리는 진행자의 경쾌하고 친절한 안내에 따라 손을 청결하게 씻은 후 4인 1조 테이블에 앉았다. 체험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재료와 도구가 준비되어 있었고 요리사의 흰색 모자도 놓여 있어 호기심을 충분히 불러 일으켰다. 빵 만드는데 무슨 지위나 나이, 체면이 필요할까 싶어 스스럼없이 만끽하기로 했다. 신나게 흘러나오는 최신 음악과 함께 밀가루 반죽은 리듬을 타며 정교하게 모습을 가꾸어 가고 있었다. 많은 학생들과 외국인 관광객, 가족단위의 국내 여행객들도 눈에 띄었다.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이태동

학생들은 주먹 2개 크기 정도의 밀가루 반죽을 친구, 가족, 좋아하는 캐릭터, 식물, 동물 등 다양한 문양과 모습으로 디자인해 나갔다. 어떤 남학생은 한참 고민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배 모양의 빵을 만들었고, 어떤 여학생은 해바라기 모양에 좋아하는 캐릭터를 새겨 넣기도 했다. 어떤 남학생은 친구와 대화하며 더 좋아보이는 친구의 작품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또 옆에 앉아 있던 여학생은 작고 앙증맞은 빵모양을 만들다가 다시 반죽을 뭉쳐 만지면서 그 짧은 시간 안에도 다양한 실험을 하는 게 아닌가. 친구들과 여유 있게 소곤거리면서 빵 만드는 일보다 분위기 자체를 더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매직 쇼까지 즐겁게 보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일행은 한강 유람선에서 내릴 때쯤 각자가 미리 오븐에 구워내려고 주문해 놓았던 빵 봉지를 찾아 열었다. 그 때 일제히 "와~"하고 학생들의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모두 환한 웃음과 함께 달콤한 빵을 서로 먹여 주었다. 교사들도 학생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어쩔 줄 몰랐다. 교육이란 자신이 만든 작은 밀가루 반죽이 빵으로 나왔다는 것,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뜨거운 자부심으로 설명되지 않을까. 어둠이 짙어 돌아오는 전세버스 안에서도 학생들의 수다는 끊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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