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들이 2월에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월 경기는 전망치 밑을 맴돌았고, 2월 전망치는 작년 5월 이후 9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사진은 30일 오후 관광객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서울 명동거리 모습. 한국경제연구원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2월 전망치가 91.8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공세 강화, 원화 강세와 유가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에 내수 부진 우려 및 각종 노동 관련 이슈가 겹친 것으로 풀이된다. 2018.01.30. / 뉴시스

이번주들어 한파는 잠시 소강상태지만 기업 체감경기는 회복되기는 커 녕 더 살벌한 한파가 몰아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어제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작년 10월 이후 호전되다 3개월 만에 하락했다고 밝혔다. 인력난·인건비 상승에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 내수기업의 경기인식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전망은 더욱 어두웠다. 매출액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경기실사지수는 21개월 연속으로 기준선(100)에 못 미쳤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수치는 한국경제가 깊은 수렁 속에 빠졌던 1996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최저임금제 인상이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겪은 고초를 반영하고 있다. 또 외국계 기업들도 최저임금 등 현 정부 정책이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이번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더 심한 충격파가 기다리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주당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경영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최근 3중고를 겪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체감경기 한파에 이어 조만간 근로시간 단축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진입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영세중소기업에겐 올해가 존폐의 기로가 될 수도 있다. 당연히 상당수 근로자들도 해고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올 최저임금이 16년 만에 최고수준인 7천530원으로 인상되면서 소상공인들은 당장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근로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소비가 늘어 경제엔 선순환구조가 형성된다. 정부가 노리는 것도 이런 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수익이 악화되면서 물가 오름 현상이 나타나고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근로시간마저 엎친데 덮친 격이 된다. 억대연봉에 육박하는 대기업 노조는 근로시간을 단축을 주장하지만 중소기업은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지 않는 한 매출감소를 막을 수가 없다. 열심히 뛰어 일감이 넘쳐도 공장을 돌릴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이 더 심하게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최저임금은 내년 8천661원을 거쳐 2020년엔 1만원으로 오른다. 만약 최저임금을 이행하지 않으면 법적인 책임과 함께 금융거래도 제한된다. 벼랑 끝에 몰리는 소상공인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업과 근로자가 다함께 윈-윈 할 수 있는 조정의 묘가 절실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일정을 늦춰야 한다는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의 호소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정부가 무조건 밀어붙이기 식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양극화는 심화되고 삶의 질이 갈수록 악화되는 서민들이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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