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임 한 달 맞은 홍명섭 첫 개방형 청주시립미술관장

홍명섭 청주시립미술관장 / 이지효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청주시는 1월 1일 첫 개방형 청주시립미술관장에 홍명섭(71) 전 한성대 교수를 임명했다. 첫 개방형 직위로 전문가를 영입한 만큼 누가 되느냐에 대한 관심도 특별했다. 홍 관장의 취임 한달을 맞아 청주시립미술관의 도전 과제와 장기 비전 및 2018년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편집자

▶첫 개방형 관장에 도전한 배경은.

30년 전 10년 동안 청주에서 전시회도 개최하며 활동 했었다. 7~8년 전에는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심사위원으로 청주를 찾기도 했으며 지난해 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됐던 기획전 개막식때도 찾아 전시를 관람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미 화단에서 알려진 이윤희 학예팀장을 비롯한 학예사 등 유능한 인물로 구성된 학예팀과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서울, 대구, 부산 등 대도시 보다는 청주의 규모나 체제, 방식, 지역성이 제 기질과 맞는데다 첫 개방직 관장을 뽑는다기에 도전하게 됐다.

▶청주시립미술관의 차별화 전략은.

대전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서울로 대학을 진학했다. 이후 다시 대전으로 내려와 미술활동을 하겠다고 했을 때(벌써 40년 전이다)는 대전에 화랑이 한군데도 없었다. 그런데 청주에는 청탑화랑이 생겼다. 묘한 인연으로 1983년도에 청탑화랑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었다. 문화원 공간도 아무도 안쓰는 것을 저 혼자 썼던 기억이 있다.

다녀보니 청주미술관의 크기는 대전의 1/2, 대구의 1/3, 부산의 1/4 규모다. 대도시의 미술관에서 많은 예산으로 기획하는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맞출수가 없다. 현재 청주시립미술관의 학예팀과 관리팀 인원은 대전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 열악한 상황이다. 대구의 경우 홈페이지, 교육 등을 맡아 보는 인력이 따로 있을만큼 인력면에서 차이가 난다. 이미 그 자체에서 차별화가 되고 있다고 본다.

취임 후 와보니 열악한 인력으로 이 모든것을 힘들게 해내고 있는 상황에서 대도시에서 진행하는 대형 기획전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 본다. 그런 전시는 그곳에 가서 보면 된다. 청주에서는 서울 중심에서 놓치는 것, 서울의 아류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곳에서 놓치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본다. 대형미술관에서는 눈에 띄지 않지만 잠재적 세력, 앞으로의 미래의 미술문화 소비층을 활용해 청주만의 미래지향적 특성을 만들어 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오지 않은 것,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는 것, 미술시장에서 주목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2018년 사업 추진 계획은.

본관 중심의 전시 기획에 대해 말씀드리면 3월 1980~1990년대에 일어났던 한국 페미니즘 미술운동 그 이후의 흐름을 보여주는 '부드러운 권력'이 개최된다. 2016년 MOU를 맺은 중국 우한미술관과는 소장품 전시를 계획중이다. 공산 체제의 공립미술관의 소장품 수집정책의 독특성을 소개하고 중국미술의 저변을 확인할 수 있는 색다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 8월에는 2017년에 이어 지역의 청년작가를 지원하는 '내일의 미술가들 2018'을 개최한다. 20대부터 40대 초반 작가들의 작품을 주목하고 이들의 작품에 적극적인 큐레이팅을 부여해 예술적 전기를 마련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말에는 '작고작가전'을 준비중이다. 지역 출신, 혹은 이 지역에 와서 후배들에게 영향을 미쳤던 작가들을 주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민과 함께하는 현대미술 강좌'와 '작품해설사 양성교육' 이외에도 청소년들이 직접 미술 기획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어볼 예정이다. 모의 기획을 통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작가들과의 만남을 이룰 수 있는 것은 학교교육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부분일 것 같다.

또한 지역 노인센터 등과 정기적 방문 교우를 통해 노인세대의 예술향유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미술관을 쉼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관객들이 미술품에 대해 갖는 각각의 의문에 유연하게 답하고 소통할 수 있는 '미술관 관장의 전시해설'도 준비중이다. 또한 지역민 누구나 도슨트로 활약할 수 있는 '내가 도슨트다' 프로그램과 휴대폰을 활용해 사진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나도 사진가다' 프로그램을 운영해 사진과 영상매체를 활용한 프로그램도 준비중이다.

이와 함께 전국에서 벌어지는 비영리단체나 독립큐레이터들의 주요전시를 선발해 청주로 끌어와 사후적 발표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작가들과의 논의를 거쳐 생생한 현장을 담아내고 공유해볼 생각이다. 시민들이 청주의 규모는 비록 작지만 전국의 유명한 작가들을 볼 수 있는 기회와 함께 미술관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또한 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외국 유수의 작가들과의 교류도 생각하고 있다.

▶청주시립미술관의 장기 비전이 있다면 무엇인가.

먼저 철학하는 미술관이다. 현대미술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뒤집어보는 것이다. 기존의 관행과 견해를 뒤집어서 새롭게 맥락화 하는 것, 그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시대정신을 담아내야 한다고 본다.

또 미술관은 새로운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지속적 관객의 개발을 위해 예술 감상법 및 예술이론을 교육하고 사회적 재교육기관으로서 지역 주민의 일상적인 삶에 구체적으로 공헌하는 새로운 형태의 미술관을 지향해야 한다.

이와 함께 차세대 예술가들과 연구자들을 위한 미술관이 돼야 한다고 본다. 잠재 작가군, 잠재 문화예술소비자, 잠재 관객인 앞으로 세대를 위한 효과가 동시에 기대된다. 미래의 창작자들을 일깨우는 기능을 미술관이 해야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현재 대학의 미술과들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미술관에서 더 교육에 신경을 써서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압박을 받는 시기에 기관을 통해 영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역 미술계와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어떻게 풀 것인지.

물론 지역 예술가들과의 소통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기회에 자연스럽게 만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제가 이곳으로 오기 전부터 청주 화단의 중추세력 10여명이 3차례에 걸쳐 미술관장으로 누가 올 것인가에 대해 토론한 것을 봤다.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그만큼 부담도 많이 느끼고 있다.

또 청주의 지역성은 무엇인지, 청주 작가와 미술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도 과제다. 가족간에도 아주 사소한 것으로 다투게 된다. 아이의 교육에 있어서도 가장 바람직한 것이 담담하게, 냉정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진정으로 지역 예술인들을 위한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가는 숙고할 과제다. 지역과 가족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받치는 것이 마땅한가, 모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가에 대한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서로 존중하고 설득하고 부딪치는 과정이 있을 것이다. 누가 와도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고 어느 사람이 와도 지역 작가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지역에 애정을 얼마나 갖느냐에 대한 것은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풀어나가야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청주시립미술관의 도전 과제는.

전 세계가 글로벌화 되고 비슷비슷한 전시, 대형전시가 범람하는 시점에서 우리 미술관의 문화적 지형성은 어떻게 가져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말 그대로 정체된 것이 아닌 역동적 생태성을 갖춘 미술관의 시스템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풀어나가야할 사항이다.

청주라는 지역에서 지역만을 상대로 교감할 수 없다. 우리나라, 다른 지역과 해외와의 교감을 통해 지속적이고 가치있는 소통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숙제를 스스로 제시해 봤다.

# 홍명섭 관장은

서울대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14년까지 한성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퇴직했다. 미술교육자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30여 차례의 개인전, 베니스 비엔날레를 비롯한 100여 차례가 넘는 국내외 단체 기획전에 출품한 경력이 있으며, '전환기의 현대미술'과 '미술과 비평사이'라는 단행본을 비롯해 지난해 '현대철학의 예술적 사용'을 발간했고 '예술의식과 사회의식' 등 다양한 연구논문과 저서 등을 통해 미술이론가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