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중국 송나라 사람 중에 술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다. 주인은 술도 넉넉히 주고 손님에게도 정말 친절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손님이 점점 줄어들더니 급기야 술이 팔리지 않아 모두 쉬게 되었다. 손님의 발길이 끊겨 문을 닫게 되자 주인은 그 동네에서 가장 지혜로운 어른에게 이유를 여쭈었다. 그 어른의 대답은 이렇다. "자네 집의 개가 사나워서 그런 것일세. 어린아이가 부모의 심부름으로 술을 사러 오면 개가 물어뜯으며 위협하니 어는 누구도 당신 집에 술을 사러 가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술이 맛있어도 사나운 개가 있는 한 손님이 안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네" 한비자에 나오는 얘기다.

개가 사나우면 사람들이 두려워 피하듯, 상대방과 대화 시 늘 고성과 사나운 질타 혹은 심판하고 호통 치듯 얘기한다면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는다. 혹여 내가 표독한 개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짖어대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볼 일이다.

말투란 말을 담는 그릇이다. 말투가 좋지 않으면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전혀 다른 의미로 변질된다. 당신이 아무리 좋은 말도 퉁명스럽고 거친 어투로 말하면 듣는 사람은 '나한테 화난 것일까?' 라고 오해할 수 있다. 거친 말투는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를 겁주고 무시하는 것일까?'라는 메시지로 변하기 때문이다. 말이란 내용만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방법도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본인이 속마음과 달리 퉁명스럽고 거친 말투로 말을 한다면 당신은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교육학에 '형식이 내용을 지배 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버럭 화를 내어 호통치듯한 어조로 말을 하면 그 내용과 진의가 퇴색될 수밖에 없고 심지어 상대의 반감만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과연 그런 사람을 어느 누가 좋아하고 가까이 하려 하겠는가? 차분하고 부드럽게 말해도 얼마든지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결국 버럭쟁이는 자신에게만 손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까지 잃는다.

흔히 겉치레는 별로 중요치 않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겉모습을 통해 타인을 평가하고 판단한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그 사람에 대한 첫인상을 형성한다. 그때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취급하는 정보는 그 사람의 외모나 복장과 같은 것이다. 같은 이치로 어투는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필자는 현재 NH농협은행의 회장을 난생 처음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분은 필자를 모름에도 마치 전부터 무척 잘 있고 지내온 사이처럼 아주 부드럽고 온화한 어투로 시종 대화를 나누었다. 깊은 감명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신은 인간의 내면을 보지만, 사람들은 당신의 드러나는 겉모습을 먼저 본다는 말이 있다. 진의도 중요하지만 어투 또한 중요하다. 부드러운 주장은 상대의 마음을 열게 하지만, 거친 말은 결국 상대의 마음을 닫게 하고 반감만 살 뿐이다. 따라서 주장은 당당하게 하더라도 어투는 온화하고 부드럽게 하자. 상대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예의 바른 대화법을 익히고 습관화하자. "깊이 듣고 다정하게 말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이다. 다정하게 말하는 것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는 베트남 속담에 그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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