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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콜레스테롤' : 규제의 가치[경제칼럼]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흔히들 경제적인 규제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전직 대통령은 심지어 규제에 대해 '암'으로 비유하고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규제개혁 끝장토론도 하면서 행정부를 독려했던 것도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최근 각종 재난이 빈번해 지면서 이러한 규제에 대해 재평가가 많아지고 있다. 한동안 규제철폐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규제는 악이고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선인 것처럼 인식되었던 시기이다. 정부 실패를 주장하고 최소 개입을 최선으로 인식했으며, 기업 활동을 제약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정책기조를 가져왔던 '신자유주의'가 유행하던 시기의 얘기이다. 실제로 이 시기 많은 규제가 없어지거나 완화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규제 완화의 부작용이 최근 몇 년간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 규제 완화나 철폐에 앞장섰던 이전 보수정부시기를 지나면서 많은 위험요인이 생겨났다. 단적인 예가 몇 가지 있다. 저렴하고 선박 운행과 해운사의 이익을 위해 노후선박의 선령과 수입 등을 제한했던 규제가 사라졌고, 건물주의 건축비를 줄이고 건축기간을 줄이기 위해 샌드위치 패널 등의 건물 외장재 사용 규제도 없어졌고 소방 기준도 완화되었다. 원가를 낮추고 기간을 줄임으로써, 기업의 이윤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규제가 연기처럼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무엇일까?

'세월호사고'는 선령 규제가 없어져 수입된 일본 노후 선박의 증개축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고, 최근의 두 차례 대형 화재도 값싼 건축자재와 빈약한 소방시설이 그 원인이다. 이 모두 최근 몇 년간의 규제 완화가 그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결국 국민의 안전과 기업의 이윤을 맞바꾼 것이다. 비용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한 것에 다름없다. 규제 완화를 통해 발생하는 문제와 막대한 손실은 국가 전체가 부담하는데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생긴 이윤은 기업에게만 돌아갔다. 잘못된 규제 완화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인명손실과 경제적 피해는 규제완화를 통해 남는 기업의 이익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국민의 생명이 달려있는 문제를 경제적 이익과 비교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는 그토록 많은 총기 사고에도 불구하고 총기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다. 미국 총기협회를 중심으로 한 총기 규제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약자도 총을 가지면 힘이 센 사람과 평등하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총기를 규제하면 노약자나 여성은 완력이 센 남성등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총기의 주된 희생자는 힘센 남성이 아니라 어린 학생과 여성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정확히는 무차별적이고 주된 가해자는 힘센 남성이라는 아이러니가 있다.

미국의 예처럼 규제를 완화하면 약자가 더욱 취약해질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규제와 못지않게 오해를 받는 것이 바로 콜레스테롤이다. 콜레스테롤은 심장과 뇌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으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은 생명 유지에 없어선 안 되는 중요한 물질 중 하나다. 콜레스테롤은 몸을 형성하는 세포와 세포막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 되고, 장기 기능과 상태를 정상으로 유지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합성하는 재료이다. 또 음식물 소화 흡수에 필요한 담즙산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콜레스테롤은 건강을 해치는 위험한 물질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적정 수준의 콜레스테롤은 문제가 되지 않다.

규제도 바로 이런 것이다. 적정 수준의 규제는 국가와 국민과 그리고 경제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 굳이 규제에 대한 의학적 비유를 찾는다면 (이전 정부의 인식처럼) 반드시 제거해야할 암이 아니라, 너무 많으면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지만 적당한 수준 밑으로 떨어져도 건강이 위험해지는 '콜레스테롤'이 더 정확한 비유다. 즉 과도한 규제나 불합리한 규제, 그리고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있었던 정치적 규제가 문제가 되는 것이지, 국민의 안전을 위한 규제는 정말로 필요하거나 일정 수준이상으로 유지되어야 할 규제이다.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것임을 최근의 사고들을 보면서 잘알게 된다.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최근 규제 개혁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당부하고자 한다. 기업의 제4차 산업혁명 추진을 지원하기 위해, 신산업.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주는 제도인 '규제 샌드박스'방식으로 해소하려는 이번 정부에도 규제의 가치까지 숙고하는 균형적 시각을 요구해 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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