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신현돈·박찬주 / 뉴시스

장군의 계급장에는 별이 달린다.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天體)를 상징한다. 20대 초반 한겨울에 입대해 눈발이 날리는 각개전투장에 부사단장이 현장순시를 나온다는 전갈을 받은 ROTC출신 소대장이 한말이 기억난다. 군대에서 '장군'은 하늘에 떠 있는 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야간에 보초 설 때 밤하늘을 수놓은 별은 수없이 봤지만 정작 '장군'은 만나지 못했다. 병사에게 장군은 경외스러운 존재였다.

어깨에 별을 달면 100가지가 달라진다고 한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삼정도'라는 장검을 받고 당번병, 공관병이 배치되며 가죽허리띠에 차는 권총도 38구경 리볼버로 바뀐다. 436명의 장군중에도 8명밖에 없는 4성장군은 '별중의 별'이다. 3300cc급 에쿠우스 차종으로 업그레이드되며 부대행사에서 19발이 발사된다. 장군 한명에게 드는 돈이 1개 전투 소대병력 유지비용과 비슷하다는 말도 있지만 장관급 예우를 받는 4성 장군은 훨씬 많은 비용이 들것이다.

하지만 초급장교에서 9단계를 거쳐서 숫한 경쟁을 뚫고 군의 최고지위인 대장까지 진급할 정도면 정치적인 배경과 운도 있겠지만 통솔력과 군사 전문성, 애국심, 열정등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30여년 세월을 거치며 지휘관으로서 노하우는 얼마나 쌓였겠는가. 어찌보면 4성장군은 남북대치상황에서 군을 지휘해 안보의 버팀목이 되는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때마다 '별넷'도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 박근혜 정권때는 신현돈(현 청주대 군사학과 초빙교수) 장군이 '음주추태'로 옷을 벗었다. 신 교수는 1군사령관 시절인 2014년 6월 모교(청주고)에서 안보강연을 마친 후 동창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귀대하던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음주추태를 벌였다는 제보가 언론에 보도되자 2개월후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국방부 감사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박 전대통령의 말한마디 때문에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낙마시킨 것이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문재인 정부도 다르지 않다. 이번엔 박찬주 전 2군사령관이다. "공관병들에게 호출용 전자팔찌를 채웠다" "아들 옷 빨래까지 시켰다"는 보도로 '공관병 갑질'논란이 제기되자 문 대통령은 "이 기회에 군대 갑질 문화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군 검찰은 즉시 박 전 대장을 형사입건했지만 그의 죄목은 엉뚱하게 고철업자에게 76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다. 갑질에 대해선 이미 제대한 여러명의 공관병들이 상반된 증언을 했기 때문이다. 갑질이 입증이 안되면 사건을 종결시켜야 하는데 먼지털듯이 수사해 별건으로 입건했다. 박 전대장은 향응제공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수개월간 헌병대 지하영창에 있으면서 적국의 포로가 된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권초 4년 간격으로 발생한 신현돈·박찬주 장군 사건에는 사실규명을 위한 합리적인 절차가 생략된채 여론몰이와 일방적인 매도만 있었다. 그 과정에서 별넷을 욕보이고 망신을 주었다. 신 교수는 3년전 필자와 인터뷰에서 "육군대장까지 달았는데 무슨 불만이 있겠는가. 다만 후배들에겐 반면교사가 되고 두 번 다시 비합리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과연 그의 희망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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