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이성범 수필가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며칠 전 이른 아침 스마트 폰에서 여느 때와는 달리 카톡이 바쁘게 입을 연다. 참다못해 열어보니 지인 몇 분이 보낸 "차가운 바람이 붑니다. 하지만 이미 대지 속에는 봄을 태동하는 기운이 날로 더 해만 가는 2월 초하루입니다. 이달에도 계획하시는 일들이 모두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아, 그렇구나, 오늘이 분명 어제와는 다른 하루구나, 새달이 시작되는 첫날 이른 아침 메시지가 나를 나태함에서 깨어나게 하는 경구이었다.

불과 한 달전만해도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무술년 새해를 맞겠다고 장엄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자신감 넘치게 계획도 세우고 마음속으로 얼마나 다짐했던가. 심지어 올해는 이것만은 꼭 해내겠다고 야심차게 조목조목 계획을 세워 잘 보이는 책상앞에 붙여 놓고 결심 하지 않았는가. 물론 세운 계획대로 차질없이 잘 진행되어 가는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반면에 세울 때 마음과는 달리 환경이 여의치 않아 지금까지 한번도 실천에 옮겨보지 못한 것들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올해상반기가 지나지 않아 크게 염려할 것은 없겠지만 연말에 아름다운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다시금 계획을 재점검해보는 것도 그리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고려해 보아야 하겠지만 다음 몇 가지를 주의해서 살펴보면 어떨까 한다.

먼저 자신이 해낼 수 있는 계획인가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내 능력으로 해 낼 수 없는 것이라면 허울 좋은 것일 수밖에 없다. 그 계획이 크든 작든 자신의 능력으로 감당해 낼 수 있을 때 열정과 집중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며 즐길 수 있는 일을 계획인가이다. 가끔 어린이들이 스마트 폰을 가지고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부모님이 스마트 폰 끄라고 꾸중을 하는 대도 그 어린이는 아랑곳없이 그 게임에 몰두하고 있음을 볼 때 분명 그 어린이는 그것을 좋아하며 즐기고 있는 것이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일이 좋고 즐길 수 있는 일이라면 늦게 까지 한다고 해도 그리 피곤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성과 역시 기대보다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

끝으로 세운 계획이 단기적으로 이루어 질 것이냐 아니면 중·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냐를 분명 짚어보아야만 한다. 중.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일들이 지나친 욕심 때문에 단기간에 이루려고 하면 여기에는 문제가 발생하기마련이다. 그래서 혹자는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말한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업무일지라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업무진행 및 예정 사항들을 기록관리하는 문서이다. 회사에서는 주로 일일 또는 한주 단위나 한 달단위의 업무보고형식을 많이 사용한다. 이는 조직업무의 성과를 높이기위해서 사용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자신도 자기 나름대로 하루하루의 업무일지를 쓰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 아마도 계획을 자주 수정하는 빈도수가 줄어들 것이다. 꽤 오래전 의 이이다. 시골 어느 중학교에 근무할 때이다. 3월에 새 학교로 전근하여 첫 출근하는 날 교문에 들어서자 정원에 한 팻말이 서 있었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앞면에는 오늘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라고 적어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주고 있는 가하면 뒷면에는 오늘 나는 무엇을 하였는가? 라고 하여 하교하는 학생들에게 또 무언의 메시지를 주고 있었다. 어찌 이 메시지가 비단 학생들에게만 주는 것이겠는가? 바로 나를 향한 메시지임을 깨닫고 나 또한 하루하루의 계획과 실천을 재점검하는 버릇을 갖게 되었다.

이성범 수필가

그렇다. 세월이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라는 식상한 말이 있지만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더 늦기 전에 벽두에 세운 계획을 저마다 재점검하여 하루하루 알차게 실천해 나간다면 분명 연말에 웃음이 넘치는 행복감에 젖어 보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