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최용현 변호사·공증인

(왼쪽)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른쪽)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비록 절반의 수습이지만 바른정당과의 통합으로 다시 도약 발판을 마련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1년여간의 수사와 재판 끝에 결국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당사자와 관련자들은 환희와 기대에 부풀겠지만, 필자에게는 절망과 두려움이 먼저 찾아든다. 7년여전 안 대표가 처음 정치무대에 등장할 때부터 필자는 비판적이었다. 당시 폭발적이었던 '안철수 현상'은 기성 정치질서에 대한 대중의 불만에서 촉발된 것이지만, 그는 그 불만을 해결할 정치적 이성과 능력, 정책을 전혀 갖지 못해 보였다. 그의 종국적 귀착점은 기존의 보수와 개혁의 중간지대로 오히려 전복하겠다던 기성 정치질서의 한복판이거나, 새로움이 전혀 없는 또 하나의 사족(蛇足)의 보수정당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작금의 추이를 보면 이 경고대로 실현될 것 같다.

흔히들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 우리의 양대 정당이 너무 격렬하게 다투기에 이들 간의 차이가 큰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 그것은 정서와 감정적으로만 그렇지, 이념과 정책적으로는 별반 차이가 없다. 의원들이 하루사이에 당적을 바꾸어도, 상대편과 지지와 시혜를 나누어 공유해도, 상대편의 공약을 그대로 베껴도 사실 별반 문제가 없다. 그 틈도 없어 보이는 양자 사이에 안철수의 통합당이 비집고 들어간다고, 혹은 또 하나의 보수정당이 추가된다고 무슨 문제가 있을까? 완고한 보수와 중도간 혹은 보수 양자간 경쟁으로 보수가 보다 합리적으로 될 것이라는 예측은 순진한 것이다. 이미 장악하고 있는 보수 헤게모니를 지키려는 완고한 보수와 이를 빼앗으려는 중도 보수간의 경쟁은 '누가 더 완고한가'의 경쟁으로 치달을 것이고, 보수는 발전은커녕 퇴행하고 정치의 발전마저 그만큼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

촛불과 탄핵의 열망을 반영한 개혁이 보수가 장악한 의회에 의해 무산될 것이라고 우려되고, 궁극적으로 한국당과의 연대와 통합이 예측되고 있는 현재가 이를 의미한다. 이미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 되었다. 매년 20만명의 대학생들이 삼성 취업을 위해 몰려들고, 삼성이 내세우는 기준은 모든 기업들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삼성은 모든 대학, 병원, 연구단체, 교수를 줄 세울 능력을 가졌다. 외국에서 목격하는 대형 삼성광고판은 우리의 자부심이 되었고, 세계시장에서의 삼성휴대폰의 판매율은 우리의 최대관심사가 되었다. 삼성의 실적은 모든 대중의 욕망이 되었고, 삼성의 정의(定義, Definition)가 우리의 정의(正義, Justice)가 되었고, 삼성의 미래는 우리의 그것이 되었다.

최용현 변호사·공증인

그 삼성의 주인이라는 사람이 돌아온 것이다. 최근에 출간된 <주식회사 이데올로기>,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의 저자인 켈리(Kelly), 김상봉 교수는 회사는 주주의 것이 아니라고 학문적, 현실적으로 논증한다. 실제 회사를 소유하려고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은 없다. 그 논증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1%도 되지 않는 지분으로 수십개의 대기업을 좌우한다는 것은 전혀 상식에 맞지 않다. 그 내부적 불합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공화국의 댓가는 가혹했다. 2000년대 초반 경영권편법승계에 대한 검찰사상 유례없는 6번의 불기소처분, 2005년 삼성의 떡값살포, 2008년 면죄부성 부실특검, 2009년 헌정사상 유례없는 이건희 1인 단독사면이 있었다. 그 댓가는 비단 과거지사가 아니다. 이번의 집행유예 판결처럼 현재가 되고 미래가 될 것이다. 특정기업에의 지나친 편중으로 인한 경제 붕괴의 두려움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 관료 사법은 삼성에 여전히 예속되고, 시민들은 법치주의의 실종에 여전히 절망하고, 그만큼 우리의 민주주의는 지체될 것이다. 경제적으로 삼성의 추락이 두렵다면, 정치적으로는 삼성의 승승장구가 두려운 것이다. 수렁에서 빠져나온 안철수 대표와 이재용 부회장이 환호하는 지금 이 시간이, 우리의 정치경제와 민주주의가 그 수렁 속으로 다시 빠져드는 시작점이 아닐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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