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손의종 시인
입춘을 맞이하면 졸업식과 입학식행사가 시작된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이 시작되면 교사들은 졸업식과 학기말준비로 바빠진다. 행사가 시작되면 학교장은 먼저 졸업생들을 축하해주기 위해 모인 내빈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이들에게 다시 축사를 의뢰하고 개인상장 수여까지 부탁하면 졸업식은 자연이 길어진다. 그 때문에 학생과 학부형들은 불평한다. 이런 형식적인 절차를 줄이고 졸업생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신나는 졸업식으로 치루야 한다. 서양의 졸업식은 내빈소개와 외부축사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졸업식은 교사와 졸업생들이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알찬행사로 꾸며져야 한다.
우리시대의 학교생활은 너무 즐겁웠지만 늘 어려웠던 가정에서 힘들게 살았기 때문에 졸업 후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았다. 보릿고개의 졸업식이라서 졸업식노래가 울려 퍼지면 졸업식장이 온통 눈물바다로 변했다. 요즘 졸업식은 전처럼 눈물 흘리는 학생은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졸업식이 다양한 이벤트장으로 변했다. 졸업생들의 학교생활모습을 영상물로 만들어 학부모들에게 일리는 졸업식도 있고 학생들의 끼와 재주를 마음껏 발표하는 신나는 학습발표 졸업식도 있다. 난 손녀딸이 다니는 서울 진선여고 졸업식에 참석했다. 이 학교는 불교전통학교로 법당에 많은 불상을 모시며 학생들에게 늘 예절교육을 가르치는 학교로 알려졌다. 이 학교는 졸업생이 법당을 바라보며 졸업후 각자의 꿈과 포부를 부처님께 고하는 것을 보며 엄숙하고 형식을 깬 졸업행사라고 생각했다.
난 교감시절에 고 이제부 교장선생님을 모셨다. 그는 충주수몰지구학교에서 6학년을 담임했다. 그는 의대를 합격하고 등록금을 못내는 제자등록금을 대납해주고 부모노릇까지 하며 의사로 키웠다. 또 제자들과 희로애락(喜怒愛樂)을 같이하는 스승으로 존경받았다. 그들은 방학 때면 스승과 제자부부가 한자리에 모여 운동경기를 즐기며 더 깊은 우정을 쌓았다. 젊은 선생님들은 이 교장의 제자사랑마음처럼 졸업 후에도 제자들과 늘 연락을 주고받으며 내 아들딸처럼 챙기는 자랑스러운 큰 참스승이 되도록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