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강릉 오죽헌 / 클립아트코리아

요즘 마을학교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다보면 율곡(栗谷) 이이(李珥)편이 나온다. 이이는 12살 어린 나이에 진사 초시에 급제하였고 아홉 차례의 과거를 모두 장원 급제한 천재이다. 가슴이 답답할 때 자유로를 따라 한강하류 강변을 달려 파주시 적성면으로 가다보면, 파평면 임진강변에 율곡이 만년에 제자를 가르치며 여생을 보낸 화석정(花石亭)이 나온다. 가끔씩 화석정 누각에 올라 임진강을 바라보면서 이이의 삶을 생각해보았고 강릉 오죽헌(烏竹軒)을 가보고 싶었다.

얼마 전 동생부부와 오죽헌을 갔다. 오죽헌은 신사임당의 친정집이고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돈을 보면 5천원 권 지페에는 율곡의 초상화가 있고, 가장 비싼 5만 원 권에는 신사임당 얼굴이 나온다. 오죽헌은 양반가의 저택에 딸린 소박한 별당으로 근처에 검은색 대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 별당이 명승지로 알려진 이유는 사임당이 어린 시절부터 살았던 곳이고 율곡을 낳아 기른 곳이기 때문이다. 신사임당의 본명은 인선이고 사임당은 호이다. 오죽헌 앞에는 배롱나무와 율곡매라 불리는 매화나무가 있는데 신인선과 이이가 심고 가꾼 나무로 몇 백 년이 되었지만 꽃을 피우고 있었다.

눈 내린 경포대 / 클립아트코리아

이어서 경포대로 갔다. 고교시절 국어 교과서에 송강 정철(鄭澈)의'관동별곡'중에 관동8경(關東八景)이 나온다. 대관령의 동쪽이라 하여 '관동'이라는 말이 붙여졌고, 그중에 경포대(鏡浦臺)가 제1경이라 칭송을 했다. 그동안 관동8경 중 양양의 낙산사 의상대, 평해의 월송정과 울진의 망양정을 다녀왔고 강릉 바닷가는 자주 갔었지만 경포대는 처음 방문을 했다.

이들 팔경에는 정자나 누대가 있어 많은 선비들이 여기에서 풍류를 즐기고 빼어난 경치를 노래로 읊었다. 특히 조선 선조 때의 문인이자 시인인 송강은 관찰사로 부임하여 관동별곡에서 금강산일대 산수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관동팔경의 경치를 노래하였다. 강릉을 사랑하는 문인들이 경포호에는 달이 다섯 개가 뜬다고 했다. 하늘에 뜨는 달이 하나, 바다에 하나, 호수에 하나, 술잔에 하나 그리고 상대방의 눈동자에도 똑같은 달이 뜬다고 한다.

동해안 해수욕장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경포해수욕장을 찾는 이는 매년 수십만 명에 이르지만 정작 경포대를 찾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호숫가 동북쪽 경포대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벚나무 숲에 가려 있어 그냥 지나치기 쉽다. 왜냐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호수를 바라보며 차로 달리면 잠깐 사이에 해수욕장에 닿기 때문이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 올림픽을 하면서 세계의 이목이 강원도에 집중되고,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의 주인공 율곡과 사임당이 살았던 오죽헌은 훌륭한 문화콘텐츠이다. 특히 강릉은 강원도의 대표적인 바다 도시에 강릉시가 관리하는 오죽헌과 시립박물관 그리고 경포대에는 앞으로 관광객의 발길도 바빠질 것이다. 강릉에 가면 바닷가만 거닐지 말고 오죽헌과 관동의 제1경 경포대를 둘러보면 역사도 알고 문화 양식도 쌓일 것이다. 역사는 꿈꾸는 자의 것이라고 했다. 옛것을 알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 희망과 꿈이 생긴다. 우리 모두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여행을 통하여 즐거움과 꿈을 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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