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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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군 가곡면 소백산 자락에 있는 가곡초 보발분교는 올해 입학생이 한명도 없다. 학생이 없어 몇 년 전 본교와 통폐합을 추진했다가 간신히 살아남았으나 전교생 5명중 4명이 전학을 간데 이어 올해는 입학생의 맥이 끊겼다. 이런 학교가 전국에 120곳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졸업생이 없어 졸업식을 하지 못하는 학교가 105곳이다. 올해만 220여개교가 학교와 교직원은 있지만 입학생이 없거나 졸업생이 단 한명도 없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파장은 다른 어느 곳보다 학교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출생아가 가파르게 감소하면 가장 먼저 초등학교부터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구조개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면 중·고교도 문을 닫거나 통폐합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농어촌지역의 초등학교에서 입학식이 사라지는 현상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전교생이 60명이 안되는 '미니학교'가 전국에 1800여곳이 되고 학생이 없어 해마다 50곳 넘는 학교가 문을 닫는다. 문제는 이 같은 초등학교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어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올 3월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는 줄잡아 120곳이 넘는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신입생 공백이 앞으로도 계속돼 결국 학교가 소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남에서 올해 입학생이 없는 초등학교는 본교 6곳, 분교 42곳으로 모두 48곳에 이른다. 이밖에 경북 22곳, 강원 15곳, 전북 10곳, 경기·경남 각각 6곳, 충북 4곳, 인천 3곳 등도 신입생이 없다. 충북 4곳 중에는 옥천 증약초 대정분교, 단양 가곡초 보발분교, 단천초 가산분교등 분교도 있지만 충주 동락초처럼 본교도 있다.

이농현상이 심한 벽지이기 때문에 학생이 줄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출산율 저조현상이 크다. 면단위 중에는 일 년 내내 아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곳이 많다. 면소재지가 아닌 벽지산간마을에는 아예 아이들을 볼 수가 없다. 당연히 분교를 중심으로 학교의 기능만 있고 학생이 없는 학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폐교를 막기 위해 동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을 신입생으로 모집하는 학교도 있다. 전북의 모 초등학교는 재학생 중 일흔 넘은 노인이 20%대다. 무학력자는 누구나 초등학교 정식 입학이 가능하다는 지침을 교육청이 내렸기 때문이다. 오랜 전통이 있거나 도시학교라고 폐교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전남 해남군 화산초교에서는 올해 단 한 명의 졸업생을 마지막으로 80년 역사의 학교가 폐교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 도심공동화현상으로 문을 닫는 학교도 많다.

이 때문에 학교 통폐합을 놓고 지역 주민과 교육청간 갈등이 빈번하다. 지자체 입장에서 볼 때 학교폐교는 인구감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민관 차원에서 '소규모학교 살리기'에 나서는 이유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로 농어촌학교 살리기는 쉽지 않다. '학생 없는 학교'는 점차 초·중·고·대학교로 확산될 것이 뻔하다. 미봉책으로 막을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현실적인 대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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