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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무대'가 주목 받아야 한다[박상준 칼럼]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김연아 선수가 마지막 성화주자로 나와 점화하고 있다. 2018.2.9. / 뉴시스 제공

스타디움은 따로 없었다. 관중들은 길가 양쪽에 높이 쌓아올린 눈 언덕에 서서 좁은 눈길을 일렬로 지나가는 선수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효창, 문동성, 이종국 선수와 임원 등 6명의 선수단은 태극기와 'COREE'가 쓰여 진 팻말을 높이 쳐들고 긴장된 얼굴로 그 길을 걸어갔다. 고(故) 이효창 선수 유가족이 국가기록원에 기증한 빛바랜 사진 속 분위기는 국내 대회인 '동계체전' 보다도 소박한 풍경이다. 하지만 이 대회는 우리나라 첫 올림픽 참가대회이자 2차 대전의 여파로 동·하계 통틀어 12년 만에 치러진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 동계올림픽 개막식 모습이다.

스위스 동쪽 끝 앵가딘산맥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휴양도시 생모리츠는 두차례 동계올림픽이 열린 유럽 동계스포츠의 중심지다. 겨울이면 눈꽃으로 온 천지가 뒤덮인 순백의 세상이 펼쳐진다. 당시 최용진 감독은 "백의민족 대망의 태극기 입장, 아 삼천리강산, 무궁화동산, 해외에서 민족정신 폭발의 날, 제5회 동계올림픽 대회에서 유사 이래 처음 참가하야 보무당당히 행진하였다"라고 감격해 했다. 그러나 기대주인 이효창 선수가 배탈이 나고, 문동성 선수가 부상해 '노메달'에 그쳤다. 당시 해방직후 세계 최빈국이었던 군정치하의 나라에서 제대로 된 훈련은 커 녕 출전과정과 스위스까지 긴 여정도 험난했을 것이다.

그 후 42년 만에 우리나라 동계올림픽 첫 금메달이 나왔다. 그 주인공은 김기훈(현 울산과학대 교수)선수다. 한국쇼트트랙의 간판이었던 김기훈은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2관왕으로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의 금메달 신화를 창조했다. 이젠 쇼트트랙 기술의 정석으로 통하는 '호리병 주법', '외다리 주법'을 창안해 당대 최고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특히 5천m 계주에서 이준호, 모지수, 송재근에 이어 마지막 주자로 나서 절묘한 코너워크로 마지막 10m를 남기고 캐나다 선수를 0.04초차로 제쳐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썼다. 우리나라가 쇼트트랙 강국이 되는 시발점이었다. 이 대회이후 한국은 동계올림픽의 변방에서 주역으로 등장했다. 이후 벤쿠버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역대 최고점을 기록하고 '피겨의 여왕'에 등극했으며 스피드스케이팅 빙속 3인방인 모태범과 이승훈, 이상화 선수도 올림픽때마다 국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우리나라가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것은 이들 선수들의 선전도 한몫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은 92개국 3000여명에 달하는 선수와 임원들이 참여하는 사상 최대 규모다. 각 종목마다 세계정상급 국내외 스타들도 대거 참가한다. 지상최고의 겨울스포츠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북한변수'가 올림픽을 국제 정치·외교적인 이슈로 변질시켰다. 정작 '경기' 는 뒷전이고 '남북문제' 그리고 '한미관계'가 더 뜨겁게 미디어를 장식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을 포함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선수단과 공연단이 더 주목 받고 있다. '현송월'과 '김여정'은 언론노출 빈도는 올림픽 스타를 능가한다, 외신과 전문가들도 올림픽 경기전망보다는 '안보'이슈를 쏟아내고 있다. '평화올림픽' 을 희망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방문단 지원을 '위험한 도박'으로 꼽는 외신 보도도 나온다. 남북이 가장 경색된 시기에 열리는 평창올림픽의 정치적 전망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삼수(修)끝에 올림픽을 유치했을 때는 '평양올림픽'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사회의 이념대립은 확산됐다. 주객이 전도된 분위기다. 친북성향이라면 몰라도 북한이 평창올림픽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국민들이 평창올림픽에서 보고 싶은 것은 대회 그 자체와 성공이다. 해방직후 참가한 생모리츠올림픽에서 스위스 관중들의 동정을 받을 만큼 초라했던 한국은 70년 만에 당당히 올림픽의 주인이 됐다. 폐막식까지 성공적인 대회운영으로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준다면 '코리아'의 위상은 올라갈 것이다. 모든 선수들이 피와 땀과 열정을 경기장에 쏟아 부을 때 전 세계인들은 열광할 것이다. 북한만 보이고 안보이슈가 지배하는 올림픽은 불편하다. '올림픽 정신'이라는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이제 감동의 무대가 주목을 받아야 한다.


박상준 기자  sjpark@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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