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이성범 수필가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봄의 내음이 스며온다는 입춘이 지났건만 연일 수은주는 영하 10도 이하를 가리킨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체감온도가 더 낮아 아침저녁 출퇴근길을 힘들게 한다. 하지만 대지속에는 소망의 날개를 펼칠 봄을 준비하느라 분주할 것이다. 이에 걸맞게 초·중·고 학교는 저마다 교육과정을 성실히 마친 최고 학년인 형과 언니를 졸업시켜야 하고 또한 설레임으로 가득찬 새로운 동생을 맞이할 준비에 분주할 것이다.

얼마전 모 중학교 졸업식에 동문회장 자격으로 사랑하는 후배졸업식을 축하해 주기 위해 모처럼 참석했다. 참으로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 전과 달리 식전행사로 졸업생들이 장기자랑으로 각종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고 춤을 추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재주를 마음껏 뽐내는가하면 즉석 인터뷰를 통해서 오늘 졸업식에 가장 하고싶은 말은 무엇이냐고 묻는 사회자에게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그동안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과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한다며 단상에서 큰절을 올리는 학생을 보며 학생들의 인성교육은 어른들이 걱정하는 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이런 기본인성위에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과 사랑으로 하나 되어 이끌어 주어야 한다. 문득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동네가 함께 해야 한다는 그 말이 뇌리를 스치곤 한다.

졸업식은 식순에 의하여 차분히 진행되었다. 교장선생님께서 졸업하는 제자들 한명 한명 졸업장을 수여해 주셨다. 옆에서 담임선생님은 그 제자에게 축하와 격려로 그 학생의 앞길을 축복해 주셨다. 지켜보는 학부모님들과 내빈 모든 분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행사중 부족함이 많은 나에게 총동문회장 자격으로 축사를 부탁해 왔다. 망설이다가 거절하면 이 또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두려움 마음으로 단상에 올라가 후배인 졸업생들에게 정중히 인사를 한후 졸업은 사고(思考) 성숙의 과정이다라고 전제하고 사고가 성숙하기위해서는 몇가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무엇보다도 모든 일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과감히 버려야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서로서로에게 감사하며 살아가야 하지만 당연함에는 결코 감사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작게는 부모와 자녀사이에서 좀더 크게는 스승과 제자사이, 상사와 부하사이 등등 모든 관계에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법은 없다. 더운 여름에 시원한 냉수 한 컵에도 거기에 걸맞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생각을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현대는 아이디어가 경쟁력이다. 일찍이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했지만 이제는 '나는 창조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바꾸어야 한다. 이처럼 생각을 바꾸는 다양한 창의력는 자신만의 명품 브랜드다. 아빈저 연구소가 펴낸 내안의 상자를 깨라라는 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성범 수필가

끝으로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라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배려니 공감이니 하는 말을 자주 듣고 또한 힘써 행하려고 한다. 우리 인간은 사회적동물이다. 그러기에 상생하며 살아가야한다. 당나라 태종은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물이 받쳐주어야 배가 뜬다라는 말을 기록해 놓고 자신의 행동을 경계해 왔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처세의 기준이 아닌가한다. 평소 관련된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그들이 내 인생의 배를 띠워주는 물결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라고 말을 한다. 매우 의미있는 말이다. 그런데 이 새로운 시작이 사고의 확산과 전환을 가져오는 그러한 시작이었으면 한다. 이런 뜻에서 각급 학교졸업은 사고 성숙의 과정이다 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