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미정 경제부 차장

청주 육거리시장 / 중부매일 DB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는 왜 유독 명절에만 몰릴까? 내수경기 침체속에서 어려운 전통시장을 돕겠다는 좋은 취지의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를 굳이 설 명절 직전에 몰아서 하는 이유가 있을까? 시장상인의 매출증대를 돕겠다는 마음이라면 명절 직전보다는 '평소'에 하는 것이 상인들에게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동안 썰렁했던 전통시장에게도 명절은 사람들이 몰리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도 '대목'을 맞고 있다.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각 지자체, 경제기관, 교육기관 등에서 잇따라 시장을 찾아 장보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경기에다 한파까지 겹쳐 하루하루 힘겹게 장사를 이어가는 시장 상인들에게는 반갑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0일 토요일, 도내 공기업 몇 곳이 정치인들과 함께 청주육거리시장에서 설명절 장보기 행사를 진행했다. 정치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손으로 V자를 그려가며 기념촬영을 한 사진도 언론에 배포됐다. 사진속에서 상인들의 모습은 없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상인들의 표정이 어떠했을지 궁금하다. 비단 이날 행사뿐이랴. 특정 정당의 상징색깔 옷을 입고 등장하거나 정당 로고가 프린트 된 어깨띠를 두른 정치인들의 모습도 목격된다. 선거시즌이 임박했다는 증거다.

김미정 경제부 차장

정치인들에게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는 챙기지 않을 수 없는 연중 행사 중 하나일 것이다. 서민의 대명사이자 소외된 약자의 대변자인 시장상인들의 어려움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인들의 어려움을 들어주는 '척', 어려운 시장을 챙기는 '척' 하면서 자신들을 위한 '보여주기식' 이벤트는 아닌지 생각해본다.

묻고 싶다.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는 누구를 위한 행사냐고. 진심으로, 시장상인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전통시장을 찾은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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