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택 作, '분단의 향기 36-10, 2003'

노순택의 '분단의 향기 36-10'은 국방군과 인민군이 두 줄로 서서있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이다. 흥미롭게도 사진 중심엔 국방군과 인민군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도대체 이 비현실적인 사진은 어떻게 가능케 된 것일까? 이 사진은 필자의 눈에 비현실을 넘어 초현실적으로 보인다. 국방군과 인민군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들은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친절한' 노순택은 그곳이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한국전력이고, 북한에 대한 테러대비 가상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다음과 같은 노순택 특유의 텍스트와 함께 말이다.

"방금까지 서로 총질하고 자빠지던 인민군과 국방군. 밥 먹을 시간이 되자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다. 인민군(역)이건, 국방군(역)이건. 배고플 땐 밥이 먼저임을 몸으로 말하다. 2003. 8 서울 양재동. 한국전력에 대한 북한의 테러대비 가상훈련."

노순택은 국방군과 인민군이 적이 아니라 동지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방아쇠(셔터)'를 당긴 것(누른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가 국방군과 인민군이 동지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노순택은 흑백논리(적/동지)에 '구멍'을 낸다. 노순택은 북한의 테러대비 가상훈련장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풍경을 포착하여 '분단'을 의심케 한다. 노순택 왈, "분단은 특수상황이기도 하지만 예비군훈련 같은 일반상황이기도 하고, 공고한듯하지만 총풍사건처럼 허술한 구석을 가지고 있어요."

'주한미군 없이 북한과 남한이 맨투맨으로 붙으면 누가 이길까?' 그건 모 신문사에서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던진 질문이란다. 당시 그 질문에 대략 80%에 가까운 아이들이 "북한이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아이들은 북한이 남한보다 군사력이 강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국민들에게 국방정책을 알리기 위해 국방부에서 발행하는 일종의 보고서인 '국방백서(國防白書)'라는 것이 있다. 아시죠? 2005년에 발행된 '2004 국방백서'는 참여정부의 안보정책 구상인 평화번영정책을 위한 국방정책과 국방개혁 방향을 제시한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그런데 이 백서의 특이점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에 처음으로 사용된 이래 계속 논란이 되었던 '주적' 용어가 삭제되었다는 점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국방백서'는 국회·언론기관·정부부처·교육기관·도서관 및 군 관련 기관 및 안보 관련 전문가 등에게 배포된다. 한 마디로 '국방백서'는 정부와 국방부의 홍보용 책자인 셈이다. 요즘은 뜸하지만 한때 '국방백서'는 언론에서 대서특필했다. 기사들을 읽어 봐서 아시겠지만 언론은 '국방백서'에서 '남북 군사력 비교'를 즐겨 인용한다. 그런데 그 비교는 주로 '숫자놀이'에 중심을 둔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대부분 언론의 숫자놀이에 놀아난다. 2016년 12월 기준 남북 군사력 비교를 보면 다음과 같다.

병력 : 북한(128만) 남한(62만5천), 군단 : 북한(17개) 남한(12개), 사단 : 북한(82개) 남한(43개), 전차 : 북한(4300여대) 남한(2400여대), 전투기 : 북한(810여대) 남한(410여대), 전투함 : 북한(430여척) 남한(110여척), 잠수함 : 북한(70여척) 남한(10쳐척)

따라서 '남북 군사력 비교' 숫자를 알고 있는 아이들에게 "주한미군 없이 북한과 남한이 맨투맨으로 붙으면 누가 이길까?"라고 묻는다면 당근 "북한"이라고 답변할 것이 아닌가? 한 마디로 우리는 정부와 국방부의 '숫자놀이'에 놀아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런데 오늘날 전쟁은 단지 '숫자'로 군사력의 우위를 결정내리지 않는다. 이를테면 군사력의 우위는 '현대전'을 흔히 '버튼전쟁'이라는 부르듯 무기의 '양'이 아니라 '질'에서 찾는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군사력의 우위는 '밥(경제력)'에 달려있는 것이 아닌가? 국방군뿐만 아니라 인민군 역시 '밥' 앞에서는 '이념/총질'도 초월하듯이 말이다. /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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