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숲해설가

청개구리 / 중부매일 DB

겨울 한파가 무척 무서웠습니다. 한파가 이렇게 길어지면서 사는 걱정이 우선이지만 숲 속의 생명들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점점 지구는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움직입니다. 지구도 하나의 생명체라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과감히 개체를 정리할 수 있다는 이론이 이젠 허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봄은 옵니다. 생명들은 환경을 이겨내며 자신들의 시간에 맞춰 일어납니다. 남부지방에는 벌써 산개구리들이 울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올해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은 3월 6일인데 벌써 개구리 소리라니요. 옛 조상들의 절기는 과학적이지 않아서 맞지 않은 것일까요?

경칩은 보통 2월 말 3월 초입니다. 상당히 빠른데요. 실제는 정확한 편입니다. 우리가 아는 개구리는 5월~6월에 논밭에서 개굴개굴 우는 개구리를 떠올리는데 실제 산개구리는 제주와 남부지방은 1월 중순에 깨어나서 활동을 시작하고 2월 중순 정도면 중부지역에도 깨어나서 짝짓기를 시작합니다. 산개구리는 산에 사는 개구리입니다. 산개구리를 몰랐던 시절에 2월 얼음이 녹지 않는 법주사 계곡 앞에서 우렁찬 울음소리를 듣고 소리를 찾아서 헤맸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오리 소리 같은 울음이 산개구리이고 2월에 활동한다는 것을 알고 알지 못했던 생명의 이야기는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산개구리는 3종입니다. 한국산개구리, 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인데 또 이 3종은 각각의 서식 생태를 달리 합니다. 한국산개구리는 기존에 아무르산개구리로 불리다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개구리로 밝혀져서 한국산개구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3종 중에서 가장 크기가 작은데 2월 말부터 산에 있는 묵 논이나 옹달샘, 물웅덩이인 산지습지에 산란을 합니다. 산개구리는 우리나라 개구리 중에서 가장 일찍 깨는 개구리로 1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산란을 합니다. 한국산개구리와 산란지역은 비슷하지만 알 덩어리가 크고 많습니다. 보통 이른 봄에 식용했던 개구리로 지금도 양식을 통해서 식용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계곡산개구리는 맑고 깨끗한 계곡 상류에 서식하는 개구리입니다. 계곡 옆 웅덩이나 유속이 적은 계곡에 산란을 하는데 알이 떠내려가지 않게 점액질로 돌에 붙여놓는 센스를 갖고 있습니다.

2월이면 산에는 눈과 얼음이 녹지 않은 곳이 많고 한파가 불어 닥칠 수 있는데 왜 이 시기를 선택했을까 의문이 듭니다. 일단 유추해 보면 천적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개구리의 천적인 뱀들이 아직 겨울잠에 깨지 않을 시기이고, 새들 역시 철새가 오지 않는 시기입니다. 천적의 위협이 적기 때문에 대부분의 개구리는 밤에 울지만 산개구리들은 낮에 당당하게 큰 소리를 냅니다. 또 경쟁자들이 적기 때문에 산란에도 용이한 편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생태계에는 장점만 있지 않습니다. 이른 봄에 산란을 하기 때문에 웅덩이가 한파네 얼어 알이 동사하기도 하고, 좁은 웅덩이에 산란을 많이 하기 때문에 종족 간에 포식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개구리들은 자신들에게 맞게 산란시기와 장소, 먹이 등 다양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 선택은 개구리 외에도 모든 생명들이 선택을 하면서 생태계는 다양성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숲해설가

산개구리의 개체 수는 점점 줄어듭니다. 환경오염과 산지습지의 파괴 등 산개구리의 서식지는 점점 줄어듭니다. 그리고 보신용으로 불법포획도 산개구리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야생동식물보호법 포획 금지종으로 뱀과 개구리는 보호하고 있는데 불법으로 포획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벌금형입니다. 최근에 강화되어 먹는 자 처벌제도가 생겼는데 불법 포획하지 않아도 불법 포획된 개구리를 먹기만 해도 처벌을 받는 제도입니다.

법은 평등하게 받아야 하며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 사이에도 법은 돈을 따라 가는데 생명에 관한 법은 돈이 가득한 개발에 언제나 더 위협적입니다. 자연에도 법이 있습니다. 그것을 생명들이 지켜 왔기에 우리도 살아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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