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덕분에 설에 과일 하루 1천 상자 팔았어요"
"단골 덕분에 설에 과일 하루 1천 상자 팔았어요"
  • 김미정 기자
  • 승인 2018.02.18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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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소상공인] 38. 모자 운영 과일가게 '계림상회'
청주시농수산물도매시장 안에 위치한 '계림상회' 윤미선 사장(사진 가운데)과 장남 전명구(오른쪽), 차남 전명현(왼쪽)씨가 설명절 대목을 맞아 매출 최고점을 찍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계림상회는 농수산물시장 54개 과일가게 중 유일한 모자(母子) 운영 과일가게이자, 20대 청년이 젊은 패기로 운영하는 가게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하루에 과일 1천 상자씩 팔았어요. 최대 명절답게 대목은 대목이네요."

청주시 농수산물시장 안에 위치한 과일가게 '계림상회'는 설 명절 대목을 맞아 모처럼 매출 최고점을 찍었다. 청주토박이인 윤미선(53)씨와 아들 전명구(29)·전명현(26)씨 모자(母子)가 운영하는 '계림상회'는 농수산물시장내 54개 과일가게 중 유일한 모자(母子) 운영 점포다.

내수경기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선물문화가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설 대목을 맞아 '행복한 분주함'을 즐겼다.

"올해에는 사과, 배가 쌌어요. 가격대는 3만원대(한 상자)가 가장 많이 나갔죠. 사과가 제일 많이 나갔고, 배, 천혜향이나 한라봉 같은 귤 종류가 많이 팔렸어요."(윤미선)

윤 사장은 충북은 사과가 특히 맛있다고 소개했다.

'계림상회' 윤미선 사장과 장남 전명구씨가 과일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계림상회'는 매일 새벽마다 경매에 참여해 최고 품질의 과일을 확보해 판매하고 있다. / 김용수

"충북은 토질이 좋아서 먹어보면 야물고 맛있어요. 충주사과, 보은사과, 괴산사과, 증평사과가 들어오는데 요즘은 보은사과가 괜찮은 것 같아요."(윤미선)

설 명절, '행복한 비명'을 지른 비결은 '단골의 힘'이라고 모자는 입을 모았다.

"명절 때마다 오시는 분이 계시는데 두 말도 않고 사과 40박스랑 배 10박스를 사가셨어요. 평소에 우리집 물건이 괜찮으니까 믿고 사가시는 것 같아요."(전명현)

하지만 부정청탁금지법인 '김영란법' 시행(2016년 9월28일) 이후 1년에 두번 명절 때 주고 받는 정(情)이 줄어 사회를 각박하게 만들었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김영란법 때문에 선물용은 옛날만 못해요.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하고, 중소기업들도 선물세트를 30% 정도는 줄인 것 같아요."(윤미선)

올해로 25년 된 계림상회는 매일 새벽 경매에 참여해 최고 품질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이번 설 명절에는 사과, 배, 귤 종류가 인기였다. 가격대는 예년보다 저렴했고, 품질도 좋았단다./ 김용수

계림상회의 아침은 새벽 4시 30분에 시작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새벽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바꿔 말하면, 좋은 과일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여자가 경매에 참여하는 경우는 드문데 어머니는 매일 경매에 참여하고 계세요."(전명현)

"장사 하면서 자부심이 있는 게 품질은 자신있다는 거예요. 저희는 물건(과일)을 A급만 사요. B급, C급은 상자부터가 달라요. 과일상들은 상자만 봐도 딱 알죠."(윤미선)

큰아들 전명구(29)씨는 6년 전부터 가게일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 등 SNS에서 '29살 과일 파는 청년'으로 유명하다.

"과일가게는 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는데 타깃층을 늘리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아요."(전명구)

계림상회 윤미선 사장이 남편과 함께 과일가게를 운영해오던 중 10년 전 남편이 갑자기 뇌출혈로 쓰려져 큰아들이 가게일을 돕게 된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 김용수

올해로 25년 된 계림상회는 윤미선·전기돈(58) 부부가 운영하다가 10년전 전씨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아버지의 빈 자리를 아들 명구씨가 채우게 됐다. 그의 나이 스물셋이었다.

"과일도매상들과 일 끝내고 점심 먹다가 갑자기 쓰러져서 식물인간 상태였어요. 지금은 좋아졌지만 오른쪽 마비가 있어요. 큰 아들이 아버지 자리를 대신해줘서 고맙고 든든하죠."(윤미선)

"고3 수능 끝나고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신 거예요. 군대를 빨리 갔다왔고 제대하니까 어머니가 손목터널증후군이 심하셔서 그때 대학을 포기하고 가게일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가정을 일으켜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전명구)

둘째 아들인 명현(26)씨는 3년전부터 가세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줄곧 야구선수였던 그는 제약회사 일을 그만두고 23살 때부터 가게일을 돕고 있다.

25년간 '계림상회'를 운영해온 윤미선 사장이 손님이 구입한 과일을 수레에 실어 나르고 있다. / 김용수

좋은 과일을 보는 눈은 다양한 '경험'과 '교육'을 통해 익혔다. 명구씨는 서울 가락동시장 과일가게에서 3개월간 '밑바닥'부터 일을 배웠고, '총각네 야채가게'에 취직해 노하우를 엿보기도 했다. 서울, 청주 등에서 상인 대상 교육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가락동시장에서 일 배울 때 사장님 말씀이 '과일은 가장 중요한 게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먹어봐라' 였어요. 좋은 과일을 보는 '기본'인거죠."(전명구)

명구씨는 젊음을 무기로 앞세워 페이스북, SNS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장에서 과일 파는 동영상을 직접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기도 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과일이 백날 좋아도 알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더라고요.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페이스북에도 홍보하고 유튜브에 동영상도 올려보고 있어요. 그래서 사진도 배우고 있고요."(전명구)

'29살 과일 파는 청년'으로 SNS상에서 알려져있는 장남 전명구씨가 과일상자를 옮기고 있다. 명구씨는 맛좋고 신선한 과일로 숍앤숍 개념의 과일카페 운영을 구상중이다. / 김용수

서울에서 블로그교육을 받았고, 교차로에서 운영하는 '청주소상공인대학'에서 지난해 12주간 블로그와 사진 교육도 이수했다.

"시장은 대부분 어르신들이니까 젊은 시각으로 마케팅을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한 거예요. 젊은층을 끌어들여보자는 취지입니다."(전명구)

명구씨는 숍앤숍 개념의 과일카페를 구상중이다. 내년쯤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맛없는 과일주스는 맛없는 과일을 쓰기 때문이에요. 맛있고 신선한 과일로 과일카페를 운영해보고 싶습니다."(전명구)

계림상회의 목표는 매출증대가 아니다.

"매출이 늘면 좋지만 그보다는 '계림상회 하면 과일이 맛있다'라는 걸 '인정'받고 싶습니다. 그게 저희의 목표예요."(전명현)

"정직하게 과일을 팔자"라는 신념이 25년간 단골을 만들었고, '신뢰'를 만들었다. 25년 노하우를 밑그림으로 29살·26살 과일 파는 청년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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