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 불편한 분 돕는 착한택시… 목적지까지 안전 최우선"
[중부매일 연현철 기자] "안녕하세요 어르신. 청주 해피콜입니다. 오늘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설 명절 당일인 16일 오전 6시 청주 해피콜 운전기사 신희철(61)씨는 하얀 입김을 뿜으며 첫 손님에게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연휴 기간에 이른 새벽시간이지만 근무중인 그의 모습에는 불만스런 기색 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날 신 씨의 첫 손님은 신장 투석을 위해 인근 병원으로 향하는 장수인(75)·김명순(71·여)씨 부부다. 김 씨는 최근 몇년 전부터 갑작스레 건강이 악화되면서 거의 매일같이 신장투석을 위해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병원과 왕래가 잦은 터라 진료비부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청주 해피콜을 통해 교통비 만큼은 부담을 덜게 됐다.
이들 부부는 "아무래도 병원을 자주 찾으시는 분들은 교통비에 부담을 느끼실 수 있는데 청주 해피콜은 택시 기본요금보다 800원이 저렴해 자주 애용한다"고 말했다.
신희철씨는 청주 해피콜의 출범 당시부터 시작한 원년멤버다. 군대에서 입은 다리 부상으로 직장생활이 어려워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경영악화에 부딪혔고 사업을 접고 청주 해피콜의 운행을 시작했다.
해피콜 이용자가 대부분 지체장애나 시각장애 등을 겪고 있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마음을 더 이해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근무하고 있다.
신 씨는 "올해로 9년차가 됐다"며 "해피콜을 운영하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용자 분들이 '고맙습니다', 덕분에 잘 도착했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네실 때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객을 안전하게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도 대화를 통해 사람 간의 정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 일을 통해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인사'라고 설명했다.
이날도 신 씨는 이용자들에게 '설 명절인데 맛있는 음식은 많이 했는지', '몸은 좀 괜찮아 졌는지' 등의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이동거리가 짧던 길던 차에 태운 이용객들과 늘 안부를 전한다"며 "그럴 때마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것을 자주 깨닫곤 한다"고 전했다.
더욱이 청주 해피콜의 이용객들은 한정돼 있어 반복해서 만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신 씨는 이용객들의 대략적인 주소나 이름만 보고도 어느 병원으로 향하는지 단번에 꿰뚫을 정도로 베테랑이 됐다.
이런 신 씨는 올해 12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쉼없이 바쁘게 일해오면서 느끼지 못했지만 어느새 정년을 앞둔 나이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사람사는 얘기를 주고받는 행복한 일을 그만두자니 섭섭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남은 근무기간 동안 사고없이 일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신희철씨는 "청주 해피콜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소중한 추억을 얻었다"며 "10개월 남은 근무동안 변함없이 안전하고 밝은 미소로 손님을 모시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주 해피콜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상담 근무자 2명과 운전기사 50명이 근무하고 있다. 신 씨와 같은 운전기사들은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오후 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45대의 차량을 이용해 교대로 일하고 있다.
이용대상자는 심사를 통과한 사람들에 한해 예약제로 운영되며 예약은 이용 전날 오전 7시부터 상담을 통해 가능하다.
이용 요금은 10㎞까지는 기본요금인 2천원을 받고 있으며 10㎞ 초과 15㎞까지는 1㎞당 300원, 15㎞를 초과는 1㎞당 200원의 추가요금이 발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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