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한국교통대 전경 / 중부매일 DB

한국교통대학교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총장선거를 치러 1, 2순위 후보자를 선출했지만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녹록치 않다. 교통대는 총장 임용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총장 대행체제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각종 현안을 앞두고 마음은 조급하지만 총장 임명절차가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당장 다음달이면 교육부의 기본역량진단평가를 위한 자체 평가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교육부 기본역량진단평가는 모든 대학에 가장 중요한 공통과제다. 8월께 나올 예정인 이 평가 결과에 따라 하위 40%에 해당되는 대학은 정원 10%를 감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통대는 지난 2016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정원 10% 감축이라는 치욕을 겪었다. 재차 이같은 페널티를 받는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과여서 교통대는 이 평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도 입시요강을 확정해야 하는 문제도 안고있다.

학부제 운영에 따라 중도탈락률이 타 국립대에 비해 높은 편인 교통대로서는 입시요강 개선도 늦출 수 없는 현안 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같은 현안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 간의 갈등 봉합이다. 교통대는 총장직선제가 시행된 이후 교수와 직원들 간의 갈등은 물론, 같은 동료교수들 간에도 대립과 반목이 골 깊게 자리잡아 왔다. 이같은 문제들이 대학 발전에 가장 큰 저해요인이라는 점은 교통대 구성원들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일부 교수들이 나서 "외부의 신선한 시각을 통해 학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겠다"며 두번이나 중량감 있는 장·차관 출신의 외부인사를 총장으로 영입해 대학운영을 맡겼지만 오히려 내부 갈등만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워낙 배타적인 성격이 강한 대학이라는 집단의 특성을 고려하면 외부 인사를 총장으로 영입해 발전을 이끌겠다는 의도 자체가 애초부터 무리였다.

외부 영입케이스인 전임 총장 재임기간 4년 동안에도 총장실 점거사태 등 각종 학내문제로 잠시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심지어 총장 영입에 적극 나섰던 일부 교수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스스로 자기모순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학내 구성원들 간의 갈등과 대립은 총장선거마저 지연시켰고 각종 현안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총장 임용이 늦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됐다. 여기에는 '나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극히 이기적인 자기논리를 교묘하게 합리화시킨 채 갈등을 부추켰던 일부 교수들의 책임이 크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교수회와 직원단체들이 이번에 선출된 총장 임용 후보자에 대해 다소 호의적인 입장을 보인다는 점이다. 상황에 따라 논리와 명분을 수시로 바꾸는 대학 구성원들의 특성으로 볼 때 앞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여러차례 총장선거가 치러진 뒤에 벌어졌던 상황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이다. 교통대가 사는 길은 구성원 모두가 갈등을 풀고 정상화 대열에 동참하는 것이다. 듣기 거북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대학 구성원들은 타 기관에 비해 이기심과 자기 집착이 강하다. 이로 인한 갈등과 대립이 지속되면 자칫 대학의 존립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교통대 구성원들은 이제부터라도 대학의 공동이익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수 있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조직이 살아야 자신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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