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배우 조민기 / 뉴시스

검찰에서 시작된 성추행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폭로가 문학계와 연극계를 거쳐 대학사회에도 강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벨상 유력 후보였던 고은 시인, '연극계의 권력'으로 불리던 이윤택 연출가등 문화계의 거물급 인사들의 추악한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이번 대학 '미투'의 진원지는 청주대다.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은 중견 영화배우 겸 교수인 조민기(52)씨다. 청주대 연극영화과 교수로 8년째 강단에 선 조 씨가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작년 11월 교수직에서 물러난 사실이 '미투' 폭로를 통해 어제 언론에 보도됐다. '명성'과 '권력',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의 실상이 우리사회에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다수의 '미투' 폭로자처럼 조 씨의 성추행 의혹도 뒤늦게 제기됐다. 디씨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에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익명의 게시글 작성자는 "청주의 한 대학 연극학과 교수가 수년간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며 "혐의가 인정돼 교수직을 박탈당했는데 기사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청주대 측은 "해당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벌여 피해 진술을 확보한 뒤 지난달 조 교수에 대한 중징계를 의결했으며 오는 28일자로 면직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교수들의 성범죄는 새삼스럽지 않다. 작년 10월 교육부의 '최근 3년간 국립대 교수 법률위반 적발 현황'에 따르면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국립대 교수는 35명에 달했다. 서울대가 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북대와 경상대에서 각각 3명, 한국교원대, 대구교대 등 초등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 교수도 5명이나 됐다. 사립대까지 포함하면 성범죄 교수는 훨씬 많을 것이다. 대학을 흔히 '학문의 전당'이라고 하지만 교수들의 학식과 인격은 별개였다. 교육자라는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더러운 욕망'에 굴복해 제자들을 성적인 대상으로 삼는 교수들이 강단에 선다면 올바른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

대학교수들의 성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작년에 밝혀진 국립대 성범죄 교수중 98%에 달하는 교수가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처벌을 받아도 다시 학교로 돌아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강의실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상황도 나오고 있다. 대학 내에서 성범죄를 뿌리 뽑지 못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도 있지만 일부 교수들의 인격적인 결함과 대학사회에 온정주의가 만연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성범죄' 교수 복직에 따른 2차 피해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조 씨 의혹과 관련해 소속사측은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고, 교수직 박탈과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만큼 경찰에서 수사에 착수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만약 사실이라면 엄격히 처벌해야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다. 성범죄를 저지르면 엄청난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인식을 주지 못한다면 성범죄는 근절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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