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대나무숲 낙서로 '몸살'

충북의 대표적 관광지인 청남대에 조성된 대나무 숲이 일부 관광객들의 '추억 남기기'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일 청남대 나들이길 대나무 수십 그루가 열쇠나 동전 등에 긁혀 훼손돼 있다./신동빈

[중부매일 연현철 기자]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청남대'의 대나무 숲이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청남대 별관을 지나 본관으로 향하는 갈래길 한켠에는 200여 그루의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미관이 뛰어나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나무 표면에 새겨진 낙서들이 관람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자란지 3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지름 10㎝, 높이 20m의 한 대나무에는 '노OO 사랑해', '이OO' 등의 낙서가 어지럽게 새겨져 있다. 이처럼 숲에는 열쇠나 동전 등에 긁혀 낙서로 훼손된 대나무가 수십 그루에 달한다.

20일 청남대를 찾은 최모(57·여)씨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명소인데 이렇게 훼손을 해 놓으니 시민으로서 부끄럽다"며 "지인들이 청주에 놀러오면 청남대를 소개해주는데 이런 모습들은 숨기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 김모(52·여)씨는 "대나무숲이 우거져 있어 가까이 와서 봤더니 낙서들이 눈에 띄었다"면서 "추억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자라나는 나무에 글을 새기는 것은 정도가 심한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남대 관계자는 "죽순이 올라오는 5~6월에만 일시적으로 관람객들의 숲 출입을 제한하고 있으나 관람객들이 몰려와 시기를 조절해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란지 1년 이하의 대나무는 재질이 약해 날카로운 물건으로 긁어낼 경우 그대로 파이는 등 외부충격에 취약하다. 뿐만 아니라 한번 새겨진 낙서는 대나무가 벌채되기까지 고스란히 남는다.

이성진 대나무자원연구소 연구원은 "대나무는 외형적으로 입은 상처에 대해서는 자가치료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며 "이는 외부 반응에 의해 대나무 껍질에 있는 엽록소의 항균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번 얻은 상처는 베어지기 전까지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낙서를 한 사람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지만 관광지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낙서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해 1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인력 부족관계로 일일이 찾아다니며 단속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청남대 관계자는 "단속이 어렵다보니 대나무 훼손이 계속될 경우 숲 개방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며 "관람객 스스로가 성숙한 문화 에티켓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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