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충진 청주시의원· 라이온스협회 356복합지구 의장

2017년 7월 14일 대전시 중구 산서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박용갑 구청장과 중부경찰서, 녹색어머니회 관계자들이 어린이 보행 안전을 위한 '노란발자국' 표지를 설치하고 있다. 2017.07.16. / 뉴시스

지난해 정말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작년 6월 어린이보호구역 도로변을 걷던 한 아이가 시내버스에 치어 숨지는 사건이 청주시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 사고 소식을 듣고 무엇인지 모를 후회와 가슴을 저미는 듯한 슬픔이 밀려 왔다. 그나마 아이들의 안전지대라고 여겼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이제는 되돌리기 힘든 사고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인사를 하고 등교 했던 아이의 뒷 모습을 마지막 기억으로 남겨야 할 부모의 심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울 지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으리라.

우리가 일상을 평온하게 지낼 수 있는 건 우리사회 곳곳에 시민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시스템이 존재하고 또 그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누군가를 안전하게 지켜주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밀려드는 그 불안함과 공포를 그저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아이들의 기본적인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 지금의 어른들이 마땅히 그 괴로움을 짊어져야 하는 건 아닐까. 슬픔의 깊이만큼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시간을 만들어 가야함은 당연히 우리 어른들의 몫인 것이다.

그 사고를 접한 후 나는 어떤 의무감으로 끊임없는 질문을 머릿속에 되뇌었다. 그러한 책임을 느끼는 건 내 자신이 한 봉사단체에 소속되어 있어서도, 내가 시의원이란 위치에 있기 때문도 아니다. 두 자녀를 둔 아버지란 세 글자가 나를 움직인 이유인 것이다. 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아들, 딸이고 또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이기에 이 아픈 기억이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과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표 속에서 한가지 얻은 결론은 '지금 시작'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고민 끝에 지난해 6월 16일,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작지만 소중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내가 몸 담고 있는 한 봉사단체와 도로교통공단 충북지부와의 협약을 통해 시작된 '노란발자국' 사업이다. 노란발자국은 횡단보도로부터 1m떨어진 곳에 보행자 정지선과 발자국 모양의 노란색 알루미늄 스티커(아스팔트아트)를 붙여 놓고 아이들이 그 위에서 신호를 기다리도록 유도하는 사업이다. 작년 청주 4개 초등학교 11개소에 설치한 노란발자국은 단순한 발상이었지만, 벌써부터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먼저 노란발자국이 차도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신호가 바뀔 때 아이들이 횡단보도에 늦게 들어서게 되고 그만큼 아이들이 주변을 살피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교통사고를 크게 낮추는 효과를 가져 왔다.

최충진 청주시의원· 라이온스협회 356복합지구 의장

그러나 내가 바라는 노란발자국은 아이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법이 아니다. 노란발자국이 어른들의 가슴에도 큰 깨달음으로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과 부주의를 바로 고치며, 소중한 생명들을 보듬을 수 있는 작은 신호가 되길 바란다. 올해도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위해 노란발자국 설치 사업은 계속될 것이다. 늘어가는 노란발자국이 어른들의 가슴에도 따뜻한 반향을 일으키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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