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상사화 / 클립아트코리아

상사화가 2월 초 담 밑에 나란히 줄을 서서 인사를 했다. 때늦은 추위가 칼바람을 눈과 함께 몰고 오는데 넌 어이하여 내 마음을 이토록 애잔하게 하고 있는가. 연두색도 아닌 진초록 잎을 해마다 지켜보며 남성스러움을 느꼈다. 칼바람도 진눈개비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얼어붙은 땅을 뚫고 나오는 기세가 얼마나 당당하던지, 우수, 경칩을 지나면 무럭무럭 자라 마치 바람이 몰고 온 요한 스트라우츠의 왈츠곡에 마춰 태양의 조명을 받으며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잎과 꽃이 영원히 만나지 못한다하여 상사화라 불리는 꽃. 그 종류가 일곱 종이나 된다는 것을 몇 년 전 천리포 수목원에서 알았다. 상사화에 홀려 단체 여행을 갔다가 혼자 떨어져 회원들을 기다리게 했던 추억이 새롭다. 분홍색과 흰색, 꽃 무릇의 빨간색만 보다가 다홍색과 노란 상사화가 얼마나 예쁘던지 신기하여 보고 또 보다가 그만 시간가는 줄 몰랐다. 초봄에 잎이 돋아 5월이면 시름시름 누렇게 녹아내리는 모습이 영락없이 상사병을 앓는 환자가 틀림없었다. 마치 황진이를 사랑하다 죽어가는 총각을 연상하게 했다.

소낙비 줄기차게 쏟아지는 장마철이면 긴 다리 중중 걷어 올린 아낙이 뜰 앞에 강보에 아기를 싸안고 서있는 모습으로 꽃이 피었다. 꽃피는 모습도 소낙비 맞으며 피는 꽃이다.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상사화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꽃이다.

부부가 자식두길 소원 하였다. 늦둥이로 태어난 무남독녀는 부모님사랑을 독차지 하며자랐다. 효성이 지극하여 이웃들에게 칭찬을 받고 살다가 부모님께서 돌아가시자 절에 머물러 불공을 드렸다고 한다. 탑 도리를 지극 정성으로 하는 모습에 반한 스님이 짝 사랑을 하게 되었단다. 처지가 처지인 만큼 스님은 가슴앓이하다 떠나버린 성도를 이제나 저제나 다시 올 날을 기다리다 상사병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애틋하다.

꽃말은 "이루워 질수 없는 사랑"이라고 했다. 상사병을 앓다 죽어 묻힌 무덤에 피어난 꽃이라 상사화라 불린다고 전한다. 까치내 집 뜰에 번식력이 강한 상사화를 심어 놓고 해마다 식구를 늘리다 보니 이른 봄 상사화는 가슴앓이 하게 하는 화초이다. 장난기가 동한 나머지 붓꽃을 가장자리에 심어 놓고 상사병기가 있으면 인정 없이 상사화 잎을 잘라 버리기도 했었다. 봄에는 붓꽃을 보고 여름에는 분홍 상사화 꽃대가 붓꽃과 어우러져 피면 붓꽃의 잎과 분홍색의 조화는 아름다웠다. 요즈음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이 인기 1위라고 한다. 이루워 질 수 없는 사랑이라서 애틋하기만 하다. 사랑에 빠진 두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 앞에는 어떤 장애물도 극복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

강원도 평창에서 세계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세계인들이 주목하며 전쟁 없는 평화를 추구하고자 핵을 포기하라는 권유를 했지만 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고집 부리다 "왕따" 당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북한의 속내를 헤아리기 어렵지만 우리도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이 고마워 흔쾌히 함께 손잡고 경기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어쩌면 상사화처럼 꽃과 잎이 만날 수 없는 것처럼 남북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 아닐는지...

이진순 수필가

속마음은 간절하게 평화 통일을 원하고 있기에 남과 북의 민족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외치고 있는 것만 같다. 이번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물꼬를 터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는 평화통일이 이뤄질 수 있는 소망의 씨앗이 우주식구들 가슴에 심어지길 기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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