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완종 사회·경제부

배우 조민기 / 뉴시스

최근 전대미문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은 정치권부터 대학가까지 확산되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중견 배우겸 교수인 조민기씨가 최근 성추행 의혹을 받으며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대학측은 이 사건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조씨를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지만 조씨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면 부인하고 대학측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조씨에 대한 피해자들의 증언들은 사회관계망(SNS)과 인터넷커뮤니티 등을 통해 잇따라 나오며 파장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은 공개적으로 실명까지 거론되는 자리에서 조씨의 성추행 사실을 들추어냈으며 증언들이 대부분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어 신빙성을 높았다.

경찰에서도 실질적으로 조씨에 대한 고소·고발은 없었지만 2013년 친고죄(범죄의 피해자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의 폐지에 따라 진상파악에 들어갔으며 조씨가 근무한 대학측에 자료를 요청하는 등 조씨를 경찰 수사선에 올리고 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조씨는 루머라 일관했던 모습에서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지만 여론의 뭇매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완종 사회·경제부

하지만 2차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조씨의 소식이 알려지자 조씨의 딸과 부인도 누리꾼들로 부터 피해를 입고 있다. 조씨의 딸은 방송을 통해 아버지와의 다정한 모습을 담는 등 얼굴 및 신상이 공개됐기 때문에 누리꾼들의 타겟이 됐다. 이들의 SNS를 통해 조씨의 죄를 추궁하는 등 비난의 글이 쇄도했다. 뿐만 아니라 조씨의 성추행 사실을 고발한 한 신인 배우는 본인의 SNS를 통해 "많은 언론사에서 저에게 직접적으로 연락을 해왔다"면서 "피해자라는 사실을 잊었는지 더 자극적인 증언만을 이끌어내려는 태도가 저를 더욱 힘들게 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는 필요해 보인다. 주변인들로부터 죄를 묻는 행위는 더 이상 발생해선 안된다. 추악한 민낯을 비난하기 전에 누군가의 '2차 피해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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