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가고 싶지 않은 대학
학생들이 가고 싶지 않은 대학
  • 박상준 기자
  • 승인 2018.02.25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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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칼럼]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전북도의회와 남원시, 서남대 공대위, 서남대교협, 서남대 총학생회 등이 2017년 12월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상여를 메고 서남대 폐교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교육부는 2017년 12월 13일 서남대를 2018년 2월 말로 폐교한다고 발표했다. 2017.12.14. / 뉴시스

한국GM의 군산공장 전격폐쇄로 전북 군산이 초상집 분위기다. 협력업체 근로자를 포함하면 수만 명이 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폐쇄 못지않게 대학폐교도 해당지역에겐 커다란 리스크다. 그나마 글로벌기업의 철수는 사회적인 이슈가 되지만 대학 폐교는 별다른 반향(反響)이 없다. 하지만 중소도시 주민들에겐 생사가 걸렸다. 올 초 폐교를 앞둔 서남대와 한중대가 위치한 전북 남원시와 강원 동해시가 그런 케이스다. "대학이 문 닫으면 가게도 문 닫아야 합니다" 수많은 주민들의 외침이다.

이런 대학이 앞으로는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지난해에만 서남대, 한중대, 대구외대 등 3개 대학이 정상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문을 닫았다. 올해도 처음으로 대구미래대가 학생이 없어 간판을 내렸다.

일본 대학사회는 한국의 반면교사다. 2천년대 중반 일본의 대학은 755개에 달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179개나 늘었다. 하지만 인구감소라는 쓰나미가 대학계를 강타했다. 504개 사립대중 138개가 적자에 몰렸다. 당연히 문 닫은 대학이 속출했다. 직장을 잃은 교수가 쏟아지면서 사회문제가 됐다. 일본정부는 파산대비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정도였다.

한국의 대학사회도 올 것이 왔다. 말로만 듣던 대학파산이 대학사회에 엄습하고 있다. 교직원 봉급조차 못 줄 만큼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이 많다. 경영부실로 강제 폐쇄된 대학도 늘고 있다. 학생등록금으로 간신히 연명하거나 전액 장학금을 주고 외국인 학생들을 데려와 정원 채우기에 급급한 대학도 부지기수다. 역시 저출산이 낳은 현실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대학사회가 '학령 인구감소'로 가장 큰 충격을 느낄 것이다. 대입 정원이 대학 입학자원보다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또 2023년에는 대학의 초과정원이 16만 명을 넘어서 정원 미달 대학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은 더욱 가속도가 붙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우물안 개구리처럼 온실 속에 안주하는 대학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청주대와 공주대다. 부실대 기준인 재정지원대제한대학에 4년 연속 포함된 청주대는 요즘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연극과 교수였던 배우 조민기의 성추행의혹 때문이다. 학생들 사이엔 '조민기 메뉴얼'까지 있었다고 한다. 메뉴얼 내용이 사실이라면 조 씨는 전자발찌를 차고 다녀야 할 사람이다. 그런데도 학교 측은 오랫동안 몰랐거나 방관했다. 교육부가 민원이첩하자 뒤늦게 징계절차를 밟았다. 뿐만 아니라 이 대학노조는 교육부 평가를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파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물론 재학생과 여론의 역풍에 아직은 조용하다. 학내 구성원들이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언제 벼랑으로 추락할지 모른다.

국립 공주대는 더 황당하다. 총장 얼굴을 본 재학생은 없다. 학위수여식에도 총장을 찾아 볼 수 없다. 4년째 총장이 공석중이다. 선장이 없는 배가 풍랑이 거센 망망대해를 건너는 격이다. 4년 전 당시 총장이 교육감 선거에 나서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공주대는 총장 직무대리 체제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공주대는 총장 임용을 둘러싸고 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1순위 후보자 임명제청 거부 이후 학내 혼란과 법적 분쟁은 끊이지 않았다. 교육부가 최근 기존 후보자를 재심의해 총장 임용 적격 판정을 내렸으나 이번엔 본부 보직자등 학내에서 반발하고 있다. 이 대학 총학생회장은 교육부 앞에서 삭발까지 하며 총장 공백 장기화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국립대 조차 이 지경이다. 이런 대학에서 학생들이 눈에 보일 리 없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미래를 위해 젊은 열정을 쏟아 붓고 있지만 이익집단의 주도권 싸움과 일부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에 학교는 경쟁력을 잃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떠안고 있다. 이들 대학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상당수 지방대가 처해있는 현실이다.

지금도 입학정원도 못채우는 대학이 80개가 넘는다. 이제 대학구조조정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3년 전 감사원은 정원을 감축하지 않는 한 4년제 대학(231개)중 78개, 전문대학(167개) 중 67개 등 총 145개 사립대가 2023년도엔 폐교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중 132개교가 지방대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과연 어느 대학이 간판을 먼저 내릴 것인지 묻는다면 대답은 뻔하다. 학생들이 가고 싶지 않은 대학이다.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다. 학생이 있어야 학교가 존립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안중에도 없는 대학이 많다. 냄비 속에서 물이 끓는 줄도 모르고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처럼 너무 익숙해지고 있는 풍경이 새 학기를 맞는 캠퍼스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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