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소상공인] 39. 청주 남주동 '에이원가구' 이윤영 사장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가구는 '멋'입니다.
가구를 들여놓음으로써 공간이 쓰기도 좋고, 보기도 좋고, 편안함도 주고…. 가구 하나만 바꿔도 집안 분위기가 확 달라져요."
청주시 남주동 가구거리에서 '에이원가구'를 운영하는 이윤영(61) 사장은 35년간 '가구'와 함께 해왔다. 배달기사로 시작해 영업사원을 거쳐 사장까지 올랐고, 지금은 '남주동가구거리번영회' 초대회장을 맡고 있다.
"남주동 가구골목 하면 유명했죠. 80~90년대에는 이 골목에 사람들이 많아서 지나다니질 못할 정도였으니까."
40여 년전 약전골목에서 가구점 골목으로 조성된 남주동가구거리는 충북 유일의 가구점 거리이자 중부권 최대 가구점 거리였다. 250m에 이르는 거리에 가구점 40여 개가 입점해 청주를 비롯해 충북, 충청권까지 가구 소비층을 끌어당기며 성행했었다.
"가구는 불황이 없었어요. 90년대 청주시 용암동에 아파트단지 막 들어설 때에는 집집마다 가구배달을 다녔는데 일이 너무 많아서 밤에 텐트 치고 자고 다음날 아침부터 또 배달한 적도 있어요. 배송이 하도 몰리니까 알바 써가며 배달했죠."
그가 가구일을 하게 된 계기도 남주동가구골목에서 시작됐다.
"80년대 초, 군 제대하고 남주동 가구골목을 지나가는데 가구의 화려함에 매료된 거예요. 가구영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땐 이불장이 참 멋있어 보였어요."
83년, 26살이었던 그는 남주동 가구골목에서 배달기사를 시작했다. 2년간 열심히 일한 뒤 남주동 라자가구에서 8년간 영업사원으로 옷을 갈아입었고, 95년에는 조치원에서 라자가구를 오픈해 사장을 맡았다. 그러다가 90년대 말 라자가구에서 구조조정을 하면서 가게를 접고 다시 남주동가구거리로 돌아와 2003년 파로마가구를 차리게 됐다. 15년간 운영했지만 '파로마가구' 본사가 부도나면서 올해초 원목가구점 '에이원 가구'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름이 왜 '에이원(A1)'이냐면 'A'도, 숫자 '1'도 모두 '최고'라는 뜻이잖아요. 청주에서 최고의 가구점이 되고 싶다는 제 마음을 담은 거예요."
그는 현재 '에이원가구'를 포함해 3개 점포를 운영중이다. '에이원가구' 바로 옆에 수입가구 '진 디자인 엔틱'을 2005년 오픈해 아내와 함께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9월에는 맞은편에 '에이스침대' 청주남주점을 열었다.
"'투자' 라고 생각해요.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가구점이니까 조금 더 욕심내서 승부를 보고 싶은 거죠."
하지만 경기침체 속에서 가구 구입도 꺼리고 교체도 미루는 추세라고 했다. 부피가 크고 고가의 가구 소비부터 줄이는데다가 1인 가구 증가, 저출산 악재까지 겹쳐 불황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불황에 이사를 자주 다니니까 싼 것 쓰다가 나중에 좋은 것 사야지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실속을 챙기는 거죠. 요즘은 원룸, 오피스텔도 다 풀옵션이니까 가구가 필요없어진거죠. 자녀를 안 낳으니까 학생가구전문점도 자취를 감췄고…"
현재 남주동 가구거리에는 31개 점포가 운영중이지만 매출감소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가구점들은 '뭉쳐야 산다'는 생각에 2015년 '청주남주동가구거리번영회'를 결성했고 초대회장에 이윤영 사장을 앉혔다.
"남주동 가구골목은 소품부터 돌침대, 원목가구, 쇼파 등 큰 가구까지 50종의 모든 가구 일체가 있습니다. 시내와 가깝고 가격대도 저렴해요. 에프터서비스도 확실하니 언제든 찾아주세요."
남주동 가구거리의 옛 명성을 되찾자는 것이 이윤영 초대회장의 목표이자, 남주동 가구점 사장들의 바람이다.
"광고를 하니까 홍보가 돼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특히 젊은층이 늘었어요. 올해 3~5월 오창 센트럴파크와 청주 우미린 입주를 앞두고 있어서 바짝 홍보를 하고 있는데 매출신장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몸에 걸치는 옷이 유행이 있듯이, 집을 꾸미는 가구도 유행이 있단다.
"가구는 유행을 안타는 것 같지만 유행을 탑니다. 20~30년 전에는 체리톤, 월넛 등 어두운 컬러 계열이 인기였는데 요즘은 내츄럴 컬러로 밝아졌고, 재질로는 자개, 대리석, 하이그로시에서 최근에는 원목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가구 중에서도 단단하고 튼튼한 건 오크(참나무), 무늬결이 자연스러운 건 단풍나무, 하얀빛이 도는 비취(아카시아나무)도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원목은 '변하지 않는 가구'죠. 자연스러움이 매력이고, 쓸수록 정이 가고, 멋이 드는 가구입니다."
가구영업은 '믿음'이 중요하다고 이 사장은 말한다. 단골과의 관계에서 '믿음'을 확인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딸 다섯명 혼수를 다 저희집에서 한 단골이 있어요. 10년 전 저희집 물건이 마음에 든다며 가격도 안 묻고, 다른 곳 가지도 않고, 가구는 저한테 사시는 거죠. 믿음이 있으니까! 지금도 가끔 오셔서 가구 교체해가세요."
가구점은 1년중 봄 이사철과 결혼시즌, 가을이 가장 바쁘다. 요즘이 한창 바빠져야 할 시기다.
"봄처럼 빨리 경기가 풀렸으면 좋겠어요. 내일은 좀 괜찮겠지, 다음달에는 좀 낫겠지 하는 마음입니다."
긴 겨울을 지나 남주동가구거리에도 화사한 봄날이 찾아오길 이윤영 사장은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다.
관련기사
- "단골 덕분에 설에 과일 하루 1천 상자 팔았어요"
- 30년 노하우 '우박사' 최상급 고기 품질 보장
- '28년 열쇠달인'...로봇도 못따라오는 손재주
- "그릇에 '건강·행복·온정' 듬뿍 담아 드려요"
- '1시간내 불꽃배송' 충청권 유일 배송 플랫폼
- "흐릿·침침 눈에 안경 너머 밝은 세상 선물해요"
- 판사 꿈꾸던 아들 '충북 첫 수건집' 가업 이어
- '진흙 속 보물' 연으로 웰빙 건강식 만드는 '형제'
- 헌 옷을 새 옷처럼… 37년 경력 '만능 수선공'
- 중고교생 미팅하던 '추억의 장소·맛' 그대로
- 달콤함에 전통문화 더했더니 '한국초콜릿' 명성
- 가장 작은 기업인, 당신이 충북경제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