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충북여성연대와 충북젠더폭력방지협의회 등 도내 여성단체들이 26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대는 조민기 전 교수 성추행 사건 조사과정을 공개하고, 피해자 보호와 성폭력 종합방지대책을 수립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김용수

국정 농단으로 내내 혼란스런 대한민국이다. 이제는 괴물들의 성폭력으로 야단법석이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 그는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그것도 조문 간 장례식장에서 봉변을 당했다. 검찰 발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 전반으로 몰아치고 있다. 문단, 연극, 종교계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기다린듯 여심들의 '위드유' 열풍도 거세다. 돌아보면 독재, 공산국가가 그랬듯 5공(共)의 '3S정책' 때문이 아닐까. 당시의 우민화는 '성(性)스런 괴물공화국'의 시발점이 됐다. 여기에 성(性)의 상품화와 노래방, 키스방, 안마소 등 퇴폐의 방(房)문화도 일조했다. 이후 스마트폰 시대는 남녀노소 성(性)의 탐닉에 빠지는 일상이 됐다.

25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서울대 우 조교의 성희롱 고발은 손배금 500만 원으로 봉합했다. 학교는 침묵했고 신 교수는 되레 명예훼손을 운운했다. 그 시절 음담패설은 또 다른 안주였다. 폭탄주가 돌려지고 진한 음담이 섞이면 술판은 질펀했다. 음담과 술이 센 사람이 그날의 좌장쯤으로 여겼다. 그 즈음 배꼽 밑 얘기는 '허리하학'이라며 논외로 삼던 시절이었다. 좀 더 성희롱을 부언해 보자. 2010년 연말쯤이었을 것이다. 당시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대한적십자 부총재를 지낸 이의 설화(舌禍)다. 그는 송년회에서 '오바마' 건배사로 구설에 올라 부총재직에서 물러났다. 그의 건배사는 성희롱과 성차별로 인식됐다. 성(性)에 대한 인식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만큼의 세월이 흐른 오늘, 이제 500만 원 손배금과 직위 해제만으로는 어림없게 됐다. 형사처벌은 물론 나락의 인생은 한순간이다. 그런데도 성추문은 나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각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굳이 먼데서 찾을 일도 아니다. 대전시청, 산하기관에서도 버젓이 벌어진 일이다.

미투운동이 일기 전, 지난해 6월 중순쯤이다. '대전시 성추행의 소굴인가'란 제하의 칼럼을 쓴 기억이 새롭다. 몇몇 국장급 간부와 산하기관 장의 성추행을 폭로했다. 이들 중 서너 명은 집행유예의 실형을 받았다. '더러운 욕망'의 끝은 인품을 망가뜨렸고 조직에게는 누를 끼쳤다. '근평'과 인사권을 악용해 여성후배를 '불로의 선약'으로 여긴 결과다. 이런 가해자들이 시청, 교육청 고위직으로 건재하다. 어이가 없는 일이다. 쉬쉬하며 벌인 성추행, 이들의 '미투'는 안면몰수, 꿀 먹은 벙어리다. 필자가 근무했던 전 직장에서도 추문이 없지는 않았다. '일도(一盜)'니 '이하(二下)'니 하며 벌이는 추행에는 이념과, 명예, 직위와 무관하다.

단연 압권은 최영미 시인이다. 그녀는 시(詩)로 '괴물'을 고발했다. 문단의 거목을 추행범으로 낱낱이 알렸다. 우리 사회의 이중성이고 슬픈 초상이 아닐 수 없다. 곧 이윤태, 오태석 연출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청주대 조민기 전 교수 등의 성추행 수사가 진행될 것이다. 또 침묵의 노시인에 대한 수사도 이어질 것이다. 어느 교수는 자신이 딸의 친구라고 애원해도 노리개로 삼았다. 명망 있는 신부도 신도를 성폭행 하려했다. 가히 성(性)스런 대한민국이다

하나같이 명성이 높았으나 단호한 낯빛은 없다. 그들은 약자에 난폭했고 강자에게 비굴한 눈빛은 비릿했다. 모름지기 남자는 세 가지를 조심하라 했다. 오욕(五欲) 중 색(色)과 재물, 식욕이다. 꽃도 화품(花品)이 있다. 하물며 사람에게 품격(品格)이 없다면 짐승과 다를 게 없다. 사람보다 이름이 먼저 죽는 경우가 있다. 공인이라면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를 옥조로 새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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