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8.02.26. /뉴시스

'미투(Me Too) 운동'이 하루가 다르게 확산되고 있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의 증언으로 촉발된 '미투운동'은 시인, 연출가, 교수, 배우, 심지어 종교인까지 연루됐다. 우리사회 깊은 곳에 숨어있던 '성폭력'이라는 이름의 '적폐'가 한꺼번에 분출돼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실망을 주고 있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미투(Me Too) 운동'과 관련해 "피해자의 폭로가 있는 경우 형사고소 의사를 확인하고, 친고죄 조항이 삭제된 2013년 6월 이후 사건은 피해자 고소가 없더라도 적극 수사하라"고 당부한 것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을 만큼 성범죄가 우리사회 공동체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곪을 대로 곪아 언젠가는 터져 나올 수밖에 없던 문제가 이 시기에 터져 나온 것"이라며 "특히,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우리 정부의 성 평등과 여성인권에 대한 해결 의지를 믿는 국민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투 운동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피해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미투 운동을 적극지지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지시가 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사회에 만연된 성폭력은 뿌리 뽑아야 한다.

한국사회는 '미투운동'을 통해 권력층은 물론 지식인, 예술인, 종교인들의 허위의식과 위선의 실상을 보았다. 한 달 전 서지현 검사가 검사장으로 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을 때 국민들은 '사회정의 수호자'이자 '법의 집행기관'인 검찰조차 성범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목도(目睹)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최영미 시인의 폭로로 노벨상 후보로 수차례 이름을 올린 고은 시인과 '연극계 권력'으로 통하던 연출가 이윤택, 배우겸 교수인 조민기, 교수겸 연극배우인 한명구, 국내 대표적인 사진작가 배병우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만큼 많은 문화예술계인사들이 젠더폭력의 가해자 리스트에 올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성직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이었던 신부까지 여성 신도를 성폭행하려 했다는 증언에 실망을 넘어 할 말을 잃을 정도다. 그 신부는 주요 사회이슈 때마다 정의와 양심을 내세운 인물이다. 명예를 갑옷처럼 두르고 예술 혼과 학식을 부르짖으며 뒤로는 동물적인 욕망을 드러냈던 미투 관련인사들도 가증스럽지만 이를 방조하거나 은폐한 기관·단체와 진영(陣營)의식에 빠져 침묵한 일부 시민사회·종교·여성단체의 양식도 의심스럽긴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젠더 폭력을 발본색원한다는 생각으로 범정부 차원의 수단을 총동원하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은 "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문화와 의식이 바뀌고 범사회적인 미투운동 확산과 자정운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바른 지적이다. 다만 젠더폭력에 칼을 대려면 검찰내 성폭력·언어폭력 관련자부터 준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명성과 권력을 이용해 욕망을 해소하려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다. 이제까지 한국사회 구조는 성범죄를 당한 약자들이 불이익을 받거나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이젠 '미투운동'이 용기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가 될 수 있도록 우리사회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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