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이성범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얼마전 저녁에 5살 된 손자 녀석이 나를 보자마자 "할아버지, 이거, 내가 그린 거다. 어린이집에서"하며 스파이더맨 그린 것을 불쑥 내민다. 나는 감탄사를 넣어가며 "아주 색칠도 잘 했구, 최고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칭찬해 주었더니 그 녀석은 더욱 신이 나서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칭찬받은 것까지 주어 삼키며 제법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한 술 더 떠 "그래, 이 할아버지가 오늘 무엇을 사 줄까요?"하고 물으니 그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사 달라고 지체없이 요구한다. 우리는 가까운 마트에 가서 선물을 사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이면 살며시 나한테 와서 컴퓨터에서 스파이더맨 색칠공부를 쳐 달라고 한다.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이 생긴 모양이다. 지켜보던 그 녀석 에미도 "참, 잘 했어요, 다양한 색깔이며 밖으로 나가지 않게 아주 꼼꼼하게 색칠한 것이며 그리고 스파이더맨 이라고 글자도 아주 잘 썼어요" 하며 칭찬을 구체적으로 잘 해주었다. 그 녀석은 아주 신이 났다. 기분이 최고로 상승된 것 같았다. 아침밥을 먹고 가방을 메고 어린이집을 다녀오겠다고 인사하는 모습에서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보는 사람도 마음이 든든하고 그녀석 자신도 기분이 좋을 것이다.

언젠가 어른들을 대상으로 평생학습센터에서 글쓰기 지도를 해본 경험이 있다. 글쓰기는 누구나 유익하다고 하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막상 쓰려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 하며 망설이게 된다. 글감이 문제이고 이 글감을 어떻게 배열할 것인가 나아가 어떻게 표현해야 할 것인가를 숙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서두를 어떻게 열어 갈 것인가에 대해 엄청난 부담감을 느낀 곤 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 국군장병에게 위문편지를 쓸 때 학생들끼리 앞에 무슨 말을 썼느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친구가 쓴말을 살짝 옮겨적어 보기고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본론인 하고자하는 말은 무엇인지 잘 알고는 있지만 글 첫마디가 이처럼 어려운지는 쉽게 공감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몇 번의 편지를 쓰고 나면 노하우가 생겨서 그런지 전보다는 부담감이 적어 제법 그럴듯하게 마치 물 흐르듯 잘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지도 강의시간마다 파워포인트로 이렇게 주장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연습하세요 그리고 또 연습하세요, 하면 늡니다' 라고 말이다.

이성범 수필가

어디 글쓰기 뿐일까. 스피치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종종 친교 모임에 가서 뜻밖에 인사소개를 받고 축하의 말 한마디 해 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우리는 흔히 머리가 갑자기 하야진다 라고 말을 한다. 다시말해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가 좀처럼 생각나지 않아 대충 얼버무리고 그 자리를 내려온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주 연단에 서보면 처음보다는 머리에 무슨 내용을 어떠한 순서로 어떻게 말을 할 것인가에 대해 글쓰기로 말하면 개요를 작성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기고 조금의 여유도 생겨 청중도 잘 볼 수 있으며 시선처리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연단을 내려오면서 어딘지 모르게 자신만이 알고 있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면 는다. 어린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작은 일에 대한 성취감은 또 다른 성취감을 낳을 수 있으며 이러한 자신감은 다른 일에도 긍정적 마인드가 생겨 어려운 삶의 여정을 힘차게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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