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가족부·기획재정부·교육부·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보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8.2.27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을 지지한다고 밝힌 이후 교육부가 하루만인 27일 성폭력 근절대책을 제시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여러 대학에서 교수들에 의한 학생 성추행 의혹이 잇따라 폭로되자 교육부는 대학뿐 아니라 초·중·고까지 범위를 확대해 성범죄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기존 대책과 크게 달라진 점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주로 권장사항이라 성범죄를 억제시킬지도 의문스럽다. 불길처럼 번진 미투운동에 편승하기 위한 전시성 대책이라면 실효성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이번 미투운동을 통해 많은 대학교수들의 천박하고 추악한 일면이 드러났다. 교수겸 배우인 조민기(청주대)와 한명구(서울예대), 연출가 김석만(전 한예종교수), 저명한 사진작가겸 교수인 배병우(서울예대)씨등 이름이 알려진 예술대쪽 인사뿐만 아니라 타 단과대 교수들의 성추행 폭로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2015년 누리집에 신고센터를 만들었는데 안내와 홍보를 더 적극적으로 해 피해를 본 교원 등이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교육부에 온라인으로 접수된 사안은 다시 해당 대학에 이첩해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이 들으면 코웃음 칠 얘기다. 조민기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학생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폭로했지만 조 씨는 작년 10월에 징계절차 도중 사표를 냈다. 만약 지난달 누군가 익명으로 인터넷매체에 "혐의가 인정돼 (조씨가)교수직을 박탈당했는데 기사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의문"이라고 지적하지 않았으면 조용히 묻혔을 것이다. 교수들의 성범죄는 예전에도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밝혀진 국립대 성범죄 교수 중 98%에 달하는 교수가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피해자는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가해자는 큰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교사들의 도덕적해이도 놀랍긴 마찬가지다. 제자들의 모범을 보여야할 교사들의 일탈행위가 위험수위를 넘은지 오래다. 최소한의 직업윤리도 없는 일부 교사들의 저속한 행태가 전체 교사들의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 2년 전에는 청주 모 초등학교 직원회식자리에서 동료여교사 4명을 성추행해 물의를 일으킨 교사가 연말 근무평가에서 가산점을 받은 황당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해당 학교 교장은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피해교사들에게 불이익을 받는다며 소문내지 말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기가막힐 노릇이다. 이런 교육자들에게 어린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교육부는 근절대책으로 성폭행을 저지른 교육공무원은 비위 정도에 상관없이 교단에서 퇴출하고, 성희롱·성추행 교원에 대해서는 지난해 강화한 징계 기준을 적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부의 방침을 액면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교육계 내부에서 성추행을 묵인하거나 은폐하는 것은 흔하다. 교육자들의 인식부터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임용과정에서 엄격히 걸러내고 성범죄가 확인된 교육자에 대해서는 퇴출과 함께 다시는 교단에 서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대못을 박아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