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협력단장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통계청이 지난달 '2017년 국내인구이동 통계'를 발표했다. 전입자가 전출자보다 많아 순유입된 지역은 충북을 포함해서 경기·세종·충남 등 7개 시·도였다. 반면 순유출이 발생한 지역은 서울·부산·대전 등 10개 시·도에 달했다. 전 연령층에 걸친 순유입 초과 지역은 경기·세종·충남·제주 등이었다. 주목해야할 것은 충북에서 0~34세 중 15~19세를 제외하고 순유출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20대(2217명)와 30대 초반(156명)을 합한 전출자의 점유율이 가장 높았다. 흔히 20대는 대학 진학, 취업 등으로 인해 인구이동이 발생한다. 충북을 빠져나가서 경기(1위), 서울(2위), 대전(3위)으로 옮겼다.

대학 진학과는 달리 취업에 의한 인구 유출에 대해서는 각별한 방안이 필요하다. 세종시 출범 이후 4년 동안의 대전·충청권 인구 변화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대전·세종·충청사회학포럼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의 경제활동인구 중 약 61%가 타 지역에서 전입했는데 인접한 공주시가 제일 큰 영향을 받았다. 공주시 경제활동인구의 9.3%가 감소한 것이다. 세종시 인근의 지역경제 기반이 잘 갖춰진 충북 청주와 충남 천안은 감소세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경제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공주에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결국 튼실한 지역경제 및 산업 기반이 경제활동인구의 전출을 막는 대안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주었다.

이에 보완되어야 할 것은 극심한 일자리 미스매치를 풀기 위한 면밀한 수급 계획이다. 충청북도가 일자리 현황 연구용역을 통해 수요-공급 실태를 살펴본 결과 지역별, 산업별, 직무별 불균형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시, 주력산업(신소재, 스마트IT부품, 바이오헬스 등), 고급직무에서는 공급이 과잉되고 있지만 비청주권, 비주력산업(건설업, 서비스업, 기타 제조업 등), 초급직무 인력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도 미래 성장을 견인할 청년층의 유출을 막고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해법 찾기는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토대로 출발해야 한다. 한국 트렌드 분석서로 꼽히는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는 올해의 키워드로 'WAG THE DOGS'라는 숙어적 표현을 꼽았다. 정치·경제적 의미를 넘어 일상생활에서도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들이 자주 발견되고 있는 현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세대로써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다(Small but Certain Happiness). '나 자신', '여가', '성장'은 희생할 수 없는 가치다(Generation 'Work and Life Balance'). 지금까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나만의 관계 밀도를 높여가기 위해 건강한 개인주의로 무장하고 있다. 이들의 패기 발랄한 잠재 역량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최근 실리콘밸리의 중심이 전원적인 팔로알토에서 샌프란시스코 도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변화가 이를 상징한다. 젊은 인재들이 도심에서 일하고 도시문화를 만끽하기를 원하는 데서 기인하고 있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협력단장

연세대 모종린 교수는 그의 저서 '골목길 자본론'에서 풍요로운 골목으로 가득한 도시문화가 창조적 인재와 그들이 도전하는 창조 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원동력임을 강조한다. 과거의 도시 재개발과 신도시 건설이라는 패턴에서 도시재생과 골목산업 정책을 기반으로 한 창조도시로의 전환을 적극 주장한다. 여기에 지역의 젊은 인재들이 머물고 이곳을 더 큰 발전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삼을 때 청년실업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골목길에 경제학을 입힐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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