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창석 충남 공주문화원장

쥐불놀이 / 중부매일 DB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를 지나니 날씨가 한결 따뜻해졌다. 지난 2일은 대보름날이었다. 어릴 적 깡통에 불을 지펴 논과 밭을 뛰어다니며 '개불여 쥐불여'하고 깡통을 돌리던 기억이 새롭다. 정월 대보름은 한국의 세시풍속에서 비중이 크고 뜻이 깊은 날이기에 특히 '대보름'이라 칭한다. 보통 설에 가정의례들이 행해진다면 대보름에는 마을 공동의 의례들이 행해진다. 마을공동 제례의식은 지역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달리 나타나지만 한 마디로 표현하면 동제(洞祭)이다. 이는 한 마을에 사는 주민들이 지연적인 화합을 다지는 민속의 중요한 핵심이다.

대보름날 점심은 공주시 정안면 어물리 이장님의 초청을 받아 마을회관에서 식사를 대접 받았다. 이날 모임은 문화관광체육부에서 공모하는 전통문화 확산 사업에 문화원과 어물리 그리고 한일고가 손잡고 프로그램에 응모하기 위해 어물리 이장님, 노인회장님, 부녀회장님 등의 마을 간부와 공주 한일고 교장, 이걸재 공주문화원 민속담당 이사등이 만났다. 공모 내용은 마을은 한일고 학생들에게 전통적인 벼농사 과정을 알려주고 우리의 농악을 가르쳐주는 한편 학생들은 어물리 노인들에게 스마트 폰 활용법 등 최신의 정보를 제공하여 주고 학교의 다양한 행사에 주민들을 초청하며 문화원은 그러한 활동들을 행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지역과 학교가 전래의 민속을 이어가 보려는 의미있는 공모 사업이다.

이미 어물리 마을과 한일고는 긴밀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각종의 학교, 마을 행사에 서로를 초대하고 협동하여 상생 발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을은 학생들에게 농촌체험의 공간을 제공하고 훈훈한 인정을 선사하며 학교는 주민들에게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개설하여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한일고 학부모들에게 무공해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으며 가을철에는 김장을 담가 학부모들에게 판매하여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올해에는 벌써 동네 부녀자들의 힘을 덜어드리기 위해 김장 담그는 기계를 1천만원에 구입하기도 했다. 이러한 여러 사업으로 어물리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그 이익은 거의 대부분 학생들에게 다시 환원되거나 마을 노인들을 위해 쓰인다고 하니 얼마나 아름다운 마을인가. 이장님의 헌신적인 노력과 주민의 단합으로 어물리는 정말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행복 공동체로 변해가고 있다.

마침 공주의 민속대가인 이걸재 선생님이 정안면 일대에서 전해오는 줄다리기 행사를 발굴하여 재현한다고 하니 내년 대보름에는 활기찬 대동(大同)행사인 정안 줄다리기가 대규모로 열려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오늘날 현대문명이 발달하여 모든 것이 편리한 사회가 되었고 개인의 행복을 극히 존중하는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팽배하여 있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결국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최창석 충남 공주문화원장

나는 오늘을 사는 우리가 조상들이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대보름날 밝은 달 아래 달집을 태우고 줄다리기를 하며 또 귀밝이술을 나누어 마셔가며 행복 공동체를 만들던 지혜를 본받았으면 한다. 대보름을 맞아 충청도 양반들이 조상들을 생각하며, 모든 농어촌 마을이 단합하고 협동하여 많은 수익도 창출하고 공동의 행복을 쌓아가는 행복 공동체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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