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개라고 함부로 짖지 마라
똥개라고 함부로 짖지 마라
  • 중부매일
  • 승인 2018.03.0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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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김동우 YTN청주지국장
강아지 / 중부매일 DB

설이 지나 명실상부한 개의 띠 해가 되었다. 무술(戊戌)년이다. 육십 간지의 36번째 해다. 십이지로는 11번째다. 동물들의 순서 정하기 경주에서 간신히 꼴찌를 면했다. 면했다 하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게다. 다음이 돼지인데 어차피 돼지는 달리기에서 개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개는 '황금개'라 한다. 십간에서 무기(戊己)는 황색이기 때문이다. '황금개'는 풍년과 다산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올해는 출산율이 좀 높아지려나? 개는 짐승 가운데 인간에게 가장 먼저 길들여진 동물이다. 집도 보호해주고, 썰매도 끌어준다. 특히 삼복에 보시(普施)도 한다.

개 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무엇일까? 똥이 아닐까?(반려 애완견은 제외) 1970년대 이전만 해도 농촌에서는 많은 집들이 개를 그냥 키웠다. 제멋대로 동네를 돌아다니다 배고프거나 해가 넘어가면 집으로 돌아온다. 이것도 귀찮으면 아예 대문 주변에 쪼그리고 앉아 주인이 주는 밥을 받아먹는다. 도둑이나 낯선 사람들이 집으로 들어오면 무조건 짓는다. 함께 사는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오면 반갑게 꼬리를 흔들기도 한다. 주인이 들에 갈 때 따라가 나무 그늘 아래서 늘어지게 자기도 한다. 이때 '개 팔자가 상팔자다.'라 한다. 당시 개밥이라 해 봐야 고작 사람들이 먹고 남은 음식 정도였다. 사람도 먹을 것이 부족한데 별도의 개밥은 없었다. 개는 늘 배가 고팠다. 배고픔에 굶주린 개들에겐 아이들이 배설한 똥이 최고의 밥이었다. 아이들이 똥을 누면 똥이 마당에 떨어지기 무섭게 개가 받아먹기도 했다. 심지어 항문을 핥기도 했다. 똥을 먹고 크니 개 시골의 모든 개는 '똥개'였다.

이처럼 개가 똥과 인연이 있는 것만큼이나 똥과 관련된 속담도 무척이나 많다. '개가 똥을 마다하랴.' 개와 똥이 관련된 속담 가운데 개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본디 좋아하는 것을 짐짓 싫다고 거절할 때 이를 비꼬는 말이다. 중국인들은 나쁜 버릇을 고치지 못할 때 개가 똥을 먹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한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 오죽 똥을 좋아하면 개 눈에 똥만 보이겠는가? 밥이 부족하니 먹이를 찾아 헤매는 개에겐 똥이 최고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거나 관심을 가진 것이 먼저 눈에 띈다는 뜻이다. '개도 부지런해야 더운 똥을 얻어먹는다.' 인간도 찬밥 더운밥을 가리는데 개도 마찬가지다. 부지런해야 금방 배설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똥을 먹을 수 있다. 개똥이 예전에는 약으로 쓰였나 보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하찮고 흔한 것도 쓰려고 찾으면 없다는 뜻이다. 길가에 저절로 생겨난 참외가 '개똥참외'다. 개똥이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어 '개똥참외'라 이름 붙여졌다. '개똥참외는 먼저 맡는 이가 임자다'라는 속담이 유래됐다. 길거리에 흔하니 임자 없는 물건이고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차지하게 마련이다.

개똥이 상대 못할 추악(醜惡)으로 묘사한 속담도 많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이승에서 가장 추악하게 살아도 죽는 것보다 낫다. 왜 하필이면 개가 배설한 똥을 버린 밭일까? 다른 동물의 똥도 많은데 말이다. 저승을 경험한 사람은 없다. 개는 무척 억울하다, 자신의 똥이 이승에서 가장 더러운, 심지어 공포의 대상으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개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다른 동물의 똥도 더럽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더러움의 대상으로 다른 동물의 똥을 제치고 개똥이 선정됐다. '쇠똥 밭에 미끄러져 개똥에 코 박은 셈이다.' 재수 옴 붙은 상황을 말한다. 뒷걸음치는 소에 쥐가 밟혀 죽은 꼴이다. 이 역시 왜 하필 개똥에 코를 박느냐? 말이다. '개새끼 친해봐야 똥칠만 한다.' 똥을 좋아하니 개 몸에는 늘 똥이 묻어있다. 불량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 언젠가는 봉변을 당한다는 뜻이다.

김동우 YTN청주지국장

똥개는 이웃 똥개가 짖으면 이유도 모른 채 미친 듯이 따라 짖는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 요즘 미친개가 참 많다. 두들겨 팰 몽둥이가 없다. 올해는 선거가 있다. 걱정과 짜증이 교차한다. 먹이를 찾아 곳곳을 뒤지며 마구 짖어대는 개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개가 살판이 나면 개판이 된다. 벌써 짖어대는 '멍멍' 소리가 들린다. 개들아! 잘 짖어라. 자칫 '깨갱'이 된다. 정치의 '정(政)' 에는 '때리다, 채찍질하다'는 뜻을 지닌 '복(?)'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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