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최근 북핵(北核)위기에서 가장 강력한 키(Key)를 쥔 정치지도자중 한사람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연 어떤 인물일까. 그에 대한 평가는 늘 극과 극이 엇갈린다. 작년 11월 방한한 트럼프는 기존의 괴팍한 선입견과 독선적인 이미지를 깨트리는데 성공했다. 특히 국회 연설은 압권(壓卷)이었다. 공격적이고 거친 언사 대신 정제되고 준비된 용어와 사례가 종횡무진 펼쳐진 연설이 한국인을 사로잡았다. 혹시나 돌출 발언이 나올까 우려하던 청와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국빈만찬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가볍게 포옹하는 장면도 작은 감동을 이끌어냈다. 여야의 한결같은 코멘트는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보게 됐다"는 것이었다. 미국 내에서도 경제회복 기대감으로 '러스트 벨트(녹슨지대)'의 백인노동자를 중심으로 콘크리트 지지층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작년 미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서 선대본부장을 지낸 코리 루언다우스키와 부본부장 출신인 데이비드 보시가 출간한 책 '렛 트럼프 비 트럼프'(Let Trump Be Trump)에서는 트럼프의 전혀 다른 얼굴이 드러났다. 평소 에피소드를 담은 이 책에서 트럼프는 어지간한 사람도 혼이 나갈 정도로 폭언을 일삼았다. 전용기에는 항상 엘튼 존의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볼륨이 너무 커 생각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으며 참모들을 다그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도 못지않았다고 한다.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돌변해 고함을 질러댔는데 멘탈이 가장 강하다는 사람조차도 산산조각으로 부서질 강도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트럼프 포스 원에서 낙하산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대체 그의 진면목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책이 최근 출간됐다. 트럼프의 정신상태를 평가하고 진단한 신간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푸른숲 펴냄)다. 미국의 저명한 정신과의사와 심리학자 27명이 1980년대부터 그가 등장한 동영상, 수천 건의 인터뷰, 수만 건의 트윗 등 방대한 자료를 심층 분석한 것을 한국계 미국인 밴디 리 예일대 의과대학원 임상조교수가 정리해 펴냈다. 미국 정신의학회 윤리강령에는 정신과 의사가 대면 검사와 허가 없이는, 특정 공인의 정신 건강에 전문적 의견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는 이른바 '골드워터'라는 규칙이 있는데 이 책은 직업윤리도 어겼다. 왜 그랬을까. 전문가에겐 경고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내용은 우리의 예상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그에게 사납고 공격적인 장광설, 음모론적 망상, 사실 회피, 폭력에 대한 호감 등의 성향 등이 드러났다. 문제는 그가 핵무기 발사 코드의 통제권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 심리학자인 로버트 제이 리프턴은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진 남자가 심각한 불안정성과 거짓으로 똘똘 뭉친 자라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종신 주석직 부활로 중국 부흥을 꾀하려는 시진핑, '북핵'이라는 벼랑 끝 전술로 위기를 고조시키는 김정은을 상대하기도 벅찬데 이젠 망상에 공격성까지 갖춘 트럼프의 성향까지 걱정할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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