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천 화재 참사 자료 사진 / 중부매일 DB

봄은 왔지만 아직 봄은 멀었다. 요즘 충북 제천시 분위기가 그렇다. 올 겨울은 유독 추웠지만 여전히 음습한 냉기가 제천시내 곳곳에 스며있다. 작년 12월22일 발생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화재에 69명의 사상자가 생겨 국민들을 큰 충격에 빠트렸다. 특히 인구 14만에도 못 미치는 제천 지역사회는 화재참사가 난지 2개월이 지나도록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소도시에 우뚝 솟은 건물은 화마(火魔)에 그을린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제천소방서 소속 소방관 4명이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스포츠센터 카운터여직원과 세신사등 4명의 직원들이 건물주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사상자를 포함해 소방관, 직원 등 화재관련자를 포함하면 70여명에 달한다. 시민들과 한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심리가 살아나기 힘들다. 제천경기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화재참사 이후 제천은 성탄절은 물론 연말연시, 설 명절 성수기가 모두 실종됐다. 최근 참사 주변 상인들이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상인연합회를 출범키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제천화재시민협의회는 보도자료에서 "(하소동 주변) 상인들 대부분 신속한 (화재) 건물철거와 함께 화재 이후 위축된 상업 활동의 정상화를 바란다"며 "상인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선 한목소리를 내는 기구가 필요하다"며 밝혔다. 협의회는 "화재 현장 주변 상권 침체는 대책이 없다"며 "외지 분들이 재래시장을 방문하고 간혹 공무원들의 1회성 식사자리가 주변 상권을 도와주는 방식의 전부처럼 보도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충북도청과 충북교육청, 제천시를 겨냥한 불만이다. 김병우 교육감과 직원 150여명은 지난달 2일 제천 동문시장과 내토시장, 역전시장을 찾아 지역특산물을 팔아주었다. 이시종 지사를 비롯한 충북도청 일부 직원들도 지난달 14일 버스를 타고 제천까지 가서 장보기행사를 벌였다. 이근규 제천시장 역시 유관기관·단체와 함께 시장을 찾았다. 하지만 일회성에 그쳤다. 버스한대타고 제천까지 가서 장을 보고 식사를 하고 온다고 해서 지역경기 활성화를 기대하긴 힘들다. 오히려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보 전략을 위한 '전시성 행사'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려면 먼저 흉물로 전락한 스포츠센터 건물 철거대책부터 세워야 한다. 개인건물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지만 불에 탄 건물이 방치돼 '참사의 현장'을 볼 수밖에 없는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시민들의 착찹한 감정에 지역정서는 가라앉아 있다. 시급한 것은 철거이후의 계획이 아니라 철거 자체다. 제천시가 나서서 조속히 해결 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충북도와 제천시는 새로 출범할 상인연합회와 머리를 맞대고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각급 기관과 시민^사회 단체등 지역공동체가 나서야 한다. 화재참사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활기와 활력을 되찾아야 지역경기도 기지개를 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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