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8.03.05. / 뉴시스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의 '선진국'진입을 추구하고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중시한다. 정부 경제정책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 알 수 있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1인당 실질소득을 높여 모든 국민들이 여유 있고 풍요한 삶을 누리게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꿈꾸는 삶이기도 하다. 정부가 연초부터 발표한 경제정책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우리의 현실이다. 정부의 정책과 거꾸로 가고 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특히 자영업자로 불리는 소상인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졌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은 모든 가정의 로망이다. 하지만 소상인에게는 이루기 힘든 꿈이 되버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자동차·부품판매업, 도매·상품중개업, 소매업, 음식점업 등 4개 업종 5인 미만 소상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과 삶의 만족도 조사'결과가 말해준다. 소상인의 최근 한 달간 근로시간은 평균 294.4시간, 평균 휴무일은 3일로 각각 조사됐다. 평균 휴무일을 제외하면 한 달 27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약 10.9시간을 근무해 개인 시간이 거의 없었다. 특히 음식점업과 소매업의 경우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각각 11.4시간, 11.1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하지만 음식점업과 소매업의 평균 순수입은 각각 291만 1천원과 297만 7천원으로 전체 평균(354만원)보다 60만원가량 적었다. 긴 노동시간으로 인해 소상인이 체감하는 노동강도는 65.6점(100점 만점, 높을수록 강함)으로 강한 수준으로 나왔다. 월 300만원도 못벌면서 주 6일 이상, 하루 평균 11시간가량 일하고 한 달에 평균 사흘만 쉰다면 이는 중노동에 해당한다. 여행은 커 녕 가족들과 외식하고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나가기도 힘들 것이다. 소상인 두 명 중 한 명꼴(51.7%)로 아예 여가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 같은 환경에서 인간다운 삶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정부는 내년에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대에 진입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선언한바 있다. 또 최저임금이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는 버팀목'이라며 고삐를 쥐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역대 최대치로 오르면서 소상인들의 경영부담은 더욱 심해졌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남아있는 근로자들의 노동 강도는 더 세졌다. 무엇보다 소상인들은 더 심한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다 준 현실이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은퇴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퇴직금에 대출까지 받아 자영업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가파르게 늘었지만 일에 대한 만족도는 크게 낮다. 후반기 인생을 보다 더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살기위해 창업대열에 뛰어들었지만 노동 강도는 세지고 여가시간은 별로 없어 삶이 더욱 삭막해 진 것이다. 우리나라 소상인들은 600만 명을 상회한다. 워라밸 정책은 근로자만 받는 혜택이 되서는 안된다. 소상인들의 삶의 만족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진다면 정부의 '인간다운 삶' 정책은 허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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