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무원 2일 명예퇴직 신청
- 불만여론 해소·승진 기대감도
- 사기진작위한 인사시스템 필요

청주시청 전경 /중부매일DB

[중부매일 이민우 기자] 청주시 공무원 A씨는 지난 2000년 6급(전산직 주사)으로 승진했다. 올해로만 주사 18년차인 셈이다.

또 사무관 B씨도 승진의 기쁨을 누린지 오래다. 지난 2010년 사무관으로 승진한 뒤 7년이 지나도록 시청 안팎에서 '만년 과장'이라는 달갑지 않은 직함을 사용해오고 있다.

6급 C씨는 "인사적체가 심해 '공무원의 꽃'으로 불리는 5급 사무관 승진을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공무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인사적체로 인한 공직사회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다지 없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청주시 공직사회의 인사적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일 청주시 고위공무원 D씨가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시청의 한 공무원은 "고위 간부공무원이 후배들에게 등 떠밀려 퇴직을 하는 것이 어떻게 '명예로운 퇴직'이 될 수 있느냐"며 "시 고위간부들은 인사숨통 등 후배들을 위해 아름다운 용퇴를 해야 하며, 이를 관행화시켜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실제 청주시는 3급 부이사관급(경제투자실장) 1명을 비롯해 4급 서기관(구청장)급 국장 20명(2명 교육)과 5급 사무관(읍·면·동장, 본청 과장) 148명이 편재돼 있다.

특히 해마다 인사철만 되면 시 공직사회 전반이 뒤숭숭한 가운데 승진 명단을 놓고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인사적체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몇 년째 승진에서 누락되며 '분루(憤淚)'를 삼켜야 할 사무관들은 발만 동동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사무관의 인사가 적체되면서 자연스럽게 6급 이하 승진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시 공무원들은 획기적인 인사시스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시 인사시스템은 능력에 관계없이 자리를 나누다 보니 인사적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시 공직사회에서 고위 공무원이 후배들을 위해 한두 해 먼저 자리를 비워주고자 퇴직을 신청하는 것은 아름다운 양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사무관 E씨는 "이 같은 인사적체가 지속될 경우 공무원들의 사기저하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업무수행을 할 수 없다. 결국 승진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는 악순환만 되풀이 된다"며 "다른 시·군에 비해 승진 적체의 기간이 많이 소요되는 시의 공무원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청주시 조직이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조직화합도 중요하지만 조직건강의 핵심 키워드는 사기진작을 위한 일과 성과위주의 인사(人事)"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