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이지효 문화부장

연극·뮤지컬 일반 관객들이 2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MeToo)운동을 지지하는 '연극뮤지컬관객 #WithYou 집회'를 하고 있다. 2018.02.25. / 뉴시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가 폭로한 검찰내 성추행을 시작으로 자신의 성희롱, 성추행 피해를 고백하는 #Me too(미투·나도 당했다)와 피해자를 지지하는 #With You(위드유·당신과 함께하겠다)가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서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불이익까지 줬다는 의혹을 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을 시작으로 고은 시인,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감독 등을 비롯해 전 청주대 교수인 배우 조민기의 여학생 성추행 의혹에서 최근 청주를 배경으로 영화 촬영을 하고 있던 배우 오달수까지 파문이 확산됐다.

이어 배우 조재현, 한명구, 사진작가 배병우, 배우 곽도원 등 웬만한 유명 배우와 뮤지션들이 무더기로 미투 운동의 중심에 서게 됐다. 또 충격적인 것은 안희정 충남지사도 그의 현직 비서인 김씨를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안 지사의 성폭행 관련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믿었던 안희정까지", "차기 대권후보 한명 날아갔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 "대한민국 남자들 털어서 안걸릴 사람 없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민주당은 성폭행 의혹 안 지사를 출당 및 제명조치 했고 6일 새벽 "도지사직을 내려놓고 정치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렇게 각 분야에서 피해자들의 폭로가 매일 이어지는 가운데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긍정적인 시각은 그동안 성차별과 권력에 억눌려있던 피해자들에게는 '이제 사회가 조금씩 변하고 있구나'라며 힘을 실어줄 수 있지만 피해자들의 2차 피해 또한 우려된다는 부정적 시각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투운동의 본질을 훼손하며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가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우 조민기처럼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년간 지속적으로 그런 행위를 해왔다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 잘못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배우 오달수는 20년 전 발생했던 사건인데 그가 유명해지니 나도 한번 질러보자 식의 폭로가 된 것은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의견도 있다. 물론 지속적으로 추가 폭로자가 나왔으면 그것은 분명 잘못한 것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에 대해 흠집내기가 아니냐며 '그렇게 따지면 안걸릴 사람 하나 없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일련의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권력적 우위 관계를 빌미로 발생한 성폭력과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폐쇄적 구조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투운동에 합류한 피해자들이 사후 명예훼손이나 고소고발을 당했을때 그들을 위한 법적 지원이 시급하다며 사회적 보호에 대한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지효 문화부장

지금 정말 필요한 것은 남성 중심주의 구조를 타파하고 성(性)인지 교육을 통해 개개인의 젠더 의식을 높이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기득권에 대한 권력형 갑질에 대해 인식하고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제 3·8 여성의 날도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미투와 위드유 운동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변화의 중심에 서있다. 이러한 사회인식 변화 운동이 잠깐 끓고 마는 냄비 현상이 아니라 진정한 젠더의식을 높이고 우리 사회를 차별없는 사회로 변화시키기 위해 모두 노력해야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