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교수

2017년 11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입학금의 제도적 폐지 위한 고등교육법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2017.11.28. / 뉴시스

한 국가의 발전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물적 자원과 인적 자원이 그 바탕이다. 미국은 오늘의 세계 경제와 정치를 주도하고 있다. 풍부한 물적 자원과 전 세계에서 유입된 인력을 바탕으로 발전을 거듭하며 초강대국으로 세계 질서를 좌지우지 해왔다. 지금은 이에 중국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형상이다. 중국 또한 풍부한 물적 자원과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며 중국의 질서를 세우려 하고 있다. 그런 중국에게 필요한 부분이 인적 자원의 질적 제고임을 중국의 지도층은 너무나 잘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과거 싱가포르가 펼쳤던 과학기술자 우대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연구 개발 투자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과학기술 분야 연구자들은 중국 대학이 제공하는 연구 환경이 어느 나라보다도 월등하다고 평가한다. 우리 주변의 과학기술자들도 중국의 영입 제안을 받고 있다. 중국은 이미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의 연구 논문 수가 사상 최초로 미국의 40만 건을 추월한지가 2년 전이다.

한국은 물적 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아니다. 경쟁력 있는 인적 자원으로 발전해야 하는 나라다. 그런 한국의 인재 경쟁력 순위가 점차 하락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2017 세계 인재 보고서'에 따르면 스위스가 인재경쟁력 지수 1위이고 북유럽국가들이 선두의 10개 나라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39위로 하락했다. 2015년에는 32위였고 2016년에는 38위였다. 순위 하락의 중요한 요인은 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하는 동기부여 항목의 점수가 63개 나라 중 59위로 국내외의 기술자들이 한국에 머무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최근 10년 간 한국의 대학 교육은 경쟁력을 잃고 비틀거리고 있다. 대학이 정치에 휘둘리면 어떻게 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선 때마다 대학의 등록금을 들먹거렸다. 등록금 동결에도 성이 차지 않자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대학마다 정권의 입맛에 맞추어 동결이 아니라 등록금을 내리기 시작했다. 국·공립대는 2008년 대비 2017년에는 20%나 떨어졌고 사립대도 16% 하락했다. 투자하지 않는 대학의 교육과 연구가 활성화 될 리 있겠는가. 연구와 교육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학술정보취득비는 줄고 도서관의 자료구입비가 동결되기 일쑤인 대학이 대부분이다.

지방의 대학들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지역균형발전을 들먹이지만 균형발전은 점점 멀어지며 젊은이들의 수도권 진입의 열정은 오히려 더 뜨거워져 가고 있다. 인구를 분산하고 지역균형발전을 꾀하는 가장 우수한 방법이 지역의 대학을 발전시키는 것임은 다른 나라의 사례들에서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스웨덴의 말뫼는 1980년대 조선업이 불황에 빠지며 조선소의 상징인 골리앗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팔아넘겼던 도시다. 그들은 창의적인 혁신을 실행했다. 먼저 그들은 말뫼대학을 설립했고 능력 있는 인재를 육성하며 일자리를 늘리고 도시 성장의 기회로 만들어 나갔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줄었던 인구가 증가하게 되니 도시가 활기를 띠며 생기를 되찾은 것은 물론이다. 단기간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류연국 한국교통대교수

전국의 모든 대학이 입학금을 폐지하겠다며 폐지 이행계획을 제출했다. 국·공립대는 올해부터 전면 폐지했다. 사립대도 5년간 점차 축소해 간다. 학부모는 반길 것이다. 하지만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지방 대학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재학생이 8천여 명에 이르는 자연계열 학과가 대부분인 한 지방 국립대학의 한 학기 실험 재료비가 1억4천만 원에 불과할 정도로 지방 국립대학의 교육 여건은 침체되어 있다. 어떤 공학계열 학과는 3백여만 원이 전부다. 복지를 내세우며 교육 투자를 줄여서는 안 된다. 특히 지역 대학에 대한 투자는 국가 균형 발전의 원동력이며 미래를 향한 확실한 복지의 실현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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