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페이스북 '스쿨미투' 페이지 캡쳐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Too)' 바람이 한 달 넘게 회오리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피해자의 폭로가 이어지고 급기야 초·중·고·대학까지 덮쳤다. 학생, 교사, 교내 노동자들이 익명으로 피해사례를 올리는 페이스북 페이지 '스쿨미투'에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학창시절 교사로부터, 동료교사로부터, 상급교사로부터 당한 성추행 폭로가 꼬리를 물고 있다. 한 제보자는 지난 2000년 고교 담임교사가 늦은 시간 전화해 "오빠 사랑해"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전화를 끊지 않겠다고 하는 등 성희롱을 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제보자는 "1988년 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가 학급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추행했지만 아무 징계 없이 장학사를 거쳐 교육장까지 지내고 퇴임했다"며 "미투 운동을 보면서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 안의 상처가 치유되지도, 분노가 잊히지도 않았음을 깨달아 동참하게 됐다"고 썼다.

92년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고발한 제보자는 "발표수업시간에 교탁 앞으로 불러 교탁 밑에 숨겨진 내 몸을 다 만지던 16년 전 기억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42년 전 성추행 피해사례를 제보한 사람도 있다. 초등1학년 때 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시험감독 교사에게 당했던 수치스러웠던 성추행에 대해 고발했다. 이 제보자는 "남성들이 하는 장난과 전유물로 여기는 말, 행동 하나하나가 여성들의 삶과 자존감에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했다.

2009년 중학교에서 비정규직 강사로 일했다고 밝힌 제보자는 "회식 때 노래방에서 춤을 추다가 교감이 제 어깨와 엉덩이를 만졌다"며 "비정규직 강사라 이런 일을 당하나 싶어 비참했다"고 말했다. 스쿨 미투의 제보글에는 긴 시간동안 고통받아 온 흔적이 역력하다. 개학을 맞은 대학가도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숲'에 '미투'가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의 제보처럼 뚜렷한 권력관계에 바탕을 둔 성범죄와 다른 형태의 피해사례도 올라오고 있다. 한 남학생은 지난 5일 모 대학의 대나무숲에 올린 글에서 술에 취한 채 함께 노래방에 갔던 여학생에게 성추행당한 사례를 공개하며 자신은 피해자일 기회조차 없었다고 털어놨다.

'미투' 운동이 대학을 넘어 초·중·고교로 확산하면서 교육부는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뒷북행정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6일 누리집을 통해 학교 내 성폭력 신고를 직접 받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추진단 운영계획 및 분야별 대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기존에 누리집에서 운영하던 교원 성폭력 신고센터를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로 개편·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고 대상도 기존의 교원 간 발생한 성폭력 문제뿐만 아니라 교원과 학생, 교원 간, 선후배 사이 등 '학내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신고를 받겠다는 것이다.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시·도 교육청별로 성폭력 근절 추진단도 꾸리고 각 교육청이 운영하는 교원 성폭력 신고센터 운영 상황도 조사한다. 또 사안이 심각하거나 조직적 은폐·축소가 우려되는 사안은 초·중·고교와 대학교를 대상으로 특별조사를 벌인다. 교육부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도 운영한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달 27일 학교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다고 밝혔다. 초·중·고교와 대학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교육공무원은 비위 정도에 상관없이 교단에서 퇴출시키고, 성희롱·성추행 교원에 대해서는 지난해 강화한 징계기준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대부분 권장사항이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그간 학교 현장에서 크고 작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지만 교육부가 대응과 예방책 마련에 선제적으로 나선 적이 많지 않았고, 이번에도 미투 운동에 떠밀려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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